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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짜리 캐릭터 해상공원’ 제값 못하네

김민지기자
등록일 2022-08-24 20:22 게재일 2022-08-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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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송도동 테마파크 4년째 방치<br/>썩은 물고기·쓰레기 둥둥 떠 있고<br/>검게 변한 고인바닷물은 악취 진동<br/>훼손된 조형물 등 흉물로 덩그러니<br/>주민, 생활권 침해… 활용방안 절실
포항시 남구 송도동에 100억원을 들여 조성된 ‘포항 해상공원 캐릭터 테마파크’가 4년째 방치되고 있다. 새로운 활용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지자체는 방문객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4월에 준공된 포항 해상공원 캐릭터 테마파크는 총 100억원을 들여 ‘국내 최초 부력식 캐릭터 해상공원’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문을 열었다.


이 공원은 터닝메카드와 헬로카봇, 소피루비, 가스타드앤리사 등 다양한 캐릭터 조형물과 분수 쇼, 버스킹 등으로 즐거운 놀이공간을 제공한다는 목적과 취지로 마련됐다.


포항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며 실제로 문을 연 첫해인 2017년 1만7천411명이 공원을 찾았다.


하지만 2018년 입장객은 6천여명으로 줄어들었고, 2019년 1월 100여명의 방문을 끝으로 이용객이 거의 없어 더이상의 집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찾은 해상공원은 입구부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조명으로 반짝여야 할 공원 곳곳이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않은 듯 먼지가 쌓여 있었고 캐릭터 조형물은 훼손돼 있었다. 공원 안에 고인 바닷물은 썩어 악취를 풍겼다. 검게 변한 물 위로 물고기 사체와 각종 쓰레기가 둥둥 떠다녔다.


아이들은커녕 어른들도 꺼리는 ‘폐공원’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캐릭터 콘텐츠 부족, 최초 콘셉트와 동떨어진 조경, 그리고 흉물이 된 공원의 모습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공원에 앉아있던 정모(69·여·남구 송도동)씨는 “여름이 되니 악취가 점점 심해져 코를 찌른다”며 “집이랑 가까운 공원이 생겨 좋았었는데 관리가 안 되니 밤에는 어둡고 위험해 이용하기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포항시는 공원 활성화를 위해 이곳을 포항운하를 오가는 포항 크루즈 중간 정박지로 선정하고 입장권도 무료로 전환하는 등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사람들의 발길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현재 운영 위탁 사업체가 부재한다는 이유로 수억 원을 들여 조성한 공원을 내버려둔 채 ‘현상 유지’ 수준에만 그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최근 인사이동으로 정확한 업무 파악에 우선 힘을 쏟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어린이날과 해상 레저 등 행사를 해상공원을 무대로 진행하고 있고, 중·장기적인 콘텐츠 방향성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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