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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어디?”… 섬에 발 디디면 황홀한 풍경에 홀리다

등록일 2022-08-18 19:53 게재일 2022-08-1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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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푸르름 가득한  대청도
농여해변의 나이테바위. /한국관광공사 제공
농여해변의 나이테바위. /한국관광공사 제공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꽃 피는 숲에 저녁노을이 비치어 구름처럼 부풀어 오른 섬들은 바다에 결박된 사슬을 풀고 어두워지는 수평선 너머로 흘러가는 듯 싶었다.”

섬을 다룬 수많은 소설을 읽었지만 김훈의 첫 문장만큼 아름다운 표현을 본 적이 없다. 대청도는 김훈의 문장이 육신의 골격을 입고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여름이 절정인 대청도는 마치 꽃이 피듯 화사한 풍경이 피어난다. 한반도의 서쪽 끝 대청도는 쉽게 갈 수 없는 곳이지만 막상 섬에 발을 디디면 황홀한 풍경에 사로잡혀 버린다. 섬의 모든 것이 푸르른 섬 대청도로 여름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농여해변 날아온 모래 수만 년 쌓여

이국적 풍경 ‘옥죽동 해안사구’ 형성

한국의 ‘사하라 사막’이라 불리기도

섬 해변길 따라 걸으며 마주하는

파란바다·붉은노을 등 절경 장관

백령도·북녘 황해도 땅도 한눈에

인천항∼대청도까지 3시간 20분

마을버스 타고 색다른 트레킹 등

섬마을 먹거리엔 바다의 맛 가득

△해안사구가 이색적인 옥죽포 모래사막

바다는 쉽사리 섬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청도로 향하는 배는 쉴 새 없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뱃길을 따라 4시간을 가니 쪽빛처럼 파란 바다가 마중을 나왔다.

인천에서 북서쪽으로 202㎞나 떨어진 외로운 섬 대청도(大靑島)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예로부터 권력에 밀려난 이들을 품어온 유배의 섬이기도 했다. 대청도는 옛 원나라의 유배지이기도 했는데 원나라의 마지막 황제이자 고려 출신 공녀를 황후(기황후)로 삼았던 혜종(토곤테무르)이 황태자 시절 2년가량 이곳에 유배되기도 했다.

대청도 여행의 시작점은 선진포선착장에서 3.5㎞ 떨어진 옥죽포 모래사막이다.

밀물에 밀려와 썰물 때 햇볕에 바짝 마른 모래가 이룬 해안사구가 이국적 분위기를 연출해 한국의 ‘사하라 사막’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옥죽포 해안사구는 인근 옥죽동 농여해변에서 날아온 모래가 수만 년에 걸쳐 쌓여 이뤄진 신의 걸작이다.

과거에는 모래사장의 규모가 컸으나 30여 년 전 소나무 방풍림이 조성되면서 모래사장 규모가 5분의 1로 줄어들었다.

대청도에는 굳이 옥죽포 모래사막이 아니어도 모래와 관련된 이야기가 곳곳에 널려 있다.

과거 대청도에서 여자아이가 태어나 혼기가 차면 ‘모래 서 말은 먹어야 시집을 간다’는 말로 동네 어른들이 놀리곤 했다고 한다.

집안에 하도 모래가 많아 빨래할 때, 밥 지을 때, 반찬 만들 때마다 모래가 섞여 들어가 알게 모르게 먹었기 때문이다.

모래와 관련된 또 다른 곳은 대청 4리에 있는 사탄동(沙灘洞)이다. 한자를 풀면 ‘모래 여울마을’이지만 악마를 뜻하는 ‘사탄’으로 들리는 게 싫어서 주민들이 옹진군에 모래여울마을로 바꿔달라 청원했다고 한다.

사막을 떠올리게 하는 대청도 옥죽동 해안사구.
사막을 떠올리게 하는 대청도 옥죽동 해안사구.

△영화에서 본 듯한 농여해변이 이색적 풍경

대청도 해안가로 내려오면 백령도까지 이어지는 모래풀등을 만날 수 있다.

모래풀등은 간조 때 바닷속에서 하루 두 번 드러나는 모래섬이다. 풀등을 품은 농여해변은 대청도의 8개 해변 중 가장 아름답고 볼거리가 가득한 곳이다. 해변에 줄지어 선 기암괴석이 그중 하나다. 풍화작용으로 표면이 나무의 나이테 질감을 지닌 ‘나무테 바위’는 자연의 경이로움 그 자체다.

시간의 변화에 따라 농여해변은 색다른 아름다움을 내뿜는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뭇사람을 감성적 존재로 만드는 아름다운 노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어 해가 지고 완전한 어둠이 찾아오면 ‘별이 쏟아지는’ 해변을 감상할 수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해변이 저녁해를 받아 붉게 물드는 장관을 넋 놓고 바라봤다. 지구가 10억 년 세월을 들여 지켜온 풍경은 마치 영화에서나 봤던 화성의 모습과 닮았다.

대청도는 걷기 여행지로도 최적이다. 매바위 전망대를 출발해 삼각산 정상을 찍고 광난두로 내려와 서풍받이를 돌아 나오는 7㎞ 코스를 삼각산의 ‘삼’, 서풍받이의 ‘서’를 따서 ‘삼서 트레킹’이라고 부른다.

대청도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걷기 길이다. 삼각산을 오르는 들머리는 매 동상이 있는 매바위전망대다. 광난두에서 20분쯤 제법 가파른 길을 오르면 능선 위에 매바위 전망대가 나온다. 매바위 전망대에 오르면 남서쪽으로 모래울 해변과 독바위 해변, 대청도의 보물 서풍받이가 보인다. 대청도 서쪽 끝에 있는 서풍받이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 서쪽에서 몰아치는 바람과 파도를 막는 기암절벽이다. 깎아지른 해안절벽은 대청도 제1경으로 꼽힌다. 매바위 전망대에서 삼각산 정상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삼각산 능선에서 모래울해변과 서풍받이로 이어지는 대청도 서쪽 해안의 모습을 내려다보니 영락없이 날개를 펼친 매의 형상이다. 서풍받이가 매의 머리라면 광난두해안이 왼쪽 날개, 모래울 뒤편 울창한 송림이 오른쪽 날개가 되는 셈이다.

호젓한 숲길과 암릉을 통과하자 널찍한 전망대가 설치된 정상이 나온다. 북쪽 농여해변에는 풀등이 길게 드러났고, 그 뒤로 백령도가 보인다. 백령도 뒤로 아스라이 북녘 황해도 땅이 펼쳐진다.

서풍받이 전경.
서풍받이 전경.

△트레킹 중 만나는 풍경마다 절경 펼쳐져

대청도 트레킹의 또 다른 코스인 서풍받이 트레킹은 광난두 정자각에서 출발해 서풍받이와 마당바위를 찍고 오는 왕복 코스다. 정자각에 오르면 두 개의 뿔처럼 튀어나온 봉우리와 그 사이에 자리한 서풍받이 전망대가 보인다.

우렁찬 파도 소리 들으며 해안 쪽으로 가면 갈림길이 나타난다. 오른쪽, 왼쪽 어느 쪽으로 가도 길은 이어진다. 작은 언덕을 넘으면 바람이 휘몰아치는 서풍받이 전망대에 닿는다. 전망대 양쪽으로 보이는 높이 약 80m의 눈부신 흰색 규암이 서풍받이다. 가히 백령도 두무진의 기암절벽이 부럽지 않은 절경이다. 섬이 탄생한 10억 년 전부터 섬으로 몰아치는 서풍을 온몸으로 받았다니 고맙고도 든든하다.

전망대에서 언덕을 오르면 서풍받이 트레킹 중 가장 높은 봉우리에 닿는다. 여기에 하늘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는 작은 바위섬인 대갑죽도가 잘 보인다. 사람의 옆얼굴을 닮았다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사람 형상은 아니다. 주민들은 대갑죽도를 바라보면서 고기잡이 나간 가족의 무사 귀환을 빌었다고 한다.

하늘전망대에서 내려와 숲길을 지나면 마당바위를 만난다. 마당바위 다음에는 이름 없는 해변이 나온다. 타조 알만 한 돌이 널려 있다. 해변에서 발 담그며 잠시 한숨 돌린다. 산행의 피로가 파도에 씻겨 나가는 듯하다. 다시 출발해 야트막한 언덕을 넘자 앞에서 봤던 갈림길을 만나고, 광난두정자각에 닿으면서 트레킹이 마무리된다.

삼각산 정상.  /진우석 촬영
삼각산 정상. /진우석 촬영

찾아가는 길

대청도로 가려면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루 3회(오전 7시50분·8시30분, 낮 12시30분) 운항하는 배를 타야 한다. 대청도까지는 3시간 20분 걸린다. 선진포선착장에서 마을버스를 이용해 광난두정자각 정류장에 하차해서 트레킹을 시작하면 된다. 아가페펜션과 엘림펜션, 하늘민박, 오후엔 등이 깔끔하고 조용하다.

바다식당은 홍어회와 홍합탕이 맛있다. 섬에는 맛있는 중국음식점이 제법 많다. 그중에서도 섬중화요리는 짬뽕이 특히 맛있다. 돼지가든은 간재미탕이 칼칼하고 담백하다.

 

/최병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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