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평생 갚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상품이 새로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17일부터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주담대 최장 만기를 45년까지 연장해 시행에 들어갔다. 우리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의 주담대 만기는 현재 40년이 최장이다. 대출금리는 오르고 상환 여력은 떨어지고 대출규제가 지속되자 은행권이 45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내놓은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 30세에 빚을 내서 집을 사면 은퇴하고도 75세까지 상환해야 은행과 맺은 주담대 약정이 끝나 빚에서 해방될 수 있다. 말 그대로 반평생 빚만 갚다가 인생이 끝날 지경이다. 분할 상환 주담대 상품의 만기를 길게 책정하게 되면 상환 기간이 길어져 매달 원리금 부담액이 줄어든다. 따라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비율이 낮아져 대출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정부가 대출자의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해 50년 만기 보금자리론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은퇴후 까지 빚을 계속 갚아야 한다면 곤란할 수 있다. 가령 30세 청년이 시세 6억원 아파트를 사기 위해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주담대인 보금자리론을 최대 한도인 3억6천만원까지 받았다고 하자. 50년 만기(금리 연 4.85% 적용)로 원리금을 상환하면 매달 159만6천여원을 부담해야 한다. 대출원금 3억6천만원에 대해 50년 상환 기간 동안 내야하는 총 이자만 해도 5억9천819만여원이다. 원금을 포함하면 총 9억5천819만여원을 75세까지 갚아야 한다.
장기 상환 주담대 상품이 나온 것은 가계부채로 주택장만이 어려운 서민을 위해 나온 고육책으로 읽힌다. 주택정책은 어떤 정부라도 뾰족한 해법이 없는 난제란 탄식이 나올만 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