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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외연 넓히려면 주변정리 필요

등록일 2022-08-16 18:02 게재일 2022-08-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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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주(13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친윤그룹 국회의원에 대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인식은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구맹주산·狗猛酒酸)’는 고사를 떠오르게 한다. 이 고사는 주로 측근정치의 부정적인 측면을 지적할 때 인용된다. 술 빚는 재주가 좋고 친절한데도 술이 잘 팔리지 않아 주막주인이 동네 어른을 찾아가 그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술집의 개가 너무 사나워 술 심부름 오던 아이들을 모두 쫓아버린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근 의원들을 윤핵관(권성동·이철규·장제원)과 윤핵관 호소인(정진석·김정재·박수영)으로 나누고, “그들이 호가호위(狐假虎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일이 호명한 측근들을 ‘술집의 개’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더 나아가 “윤핵관들은 선거가 임박할수록 본인들이 떠받들었던 사람까지 희생양으로 삼을지 모른다”고 언급했다.

‘희생양에 윤 대통령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머릿속에 삼성가노라는 단어가 떠오르는데 그 이상은 말 안 하겠다“고 했다. ‘삼성가노(三姓家奴)’는 ‘성 셋 가진 종’이란 뜻으로, 삼국지연의에서 여러 명을 아버지로 섬긴 여포를 비판한 말이다. 친윤그룹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이해타산에 따라 윤 대통령과도 등을 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감정이 섞인 발언이긴 하지만, 정치세계의 이합집산 원리를 비꼰 듯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이미 2년 후(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 향배를 염두에 둔 줄서기를 시작했다. 이준석 징계는 공천권 헤게모니전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준석은 지난 6월 지방선거 직후 당 혁신위를 가동해 총선공천을 시스템화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 후 혁신위 위원장을 맡은 최재형 의원도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고, 공천이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특정 계파의 공천권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혁신위 차원의 제도개선에 나서겠다는 부연설명도 했다.

당시 친윤그룹 의원들은 시스템 공천이 자신들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공천 개혁은 일반적으로 주류 세력을 겨냥하기 때문이다. 이준석은 지난 대선기간 중에도 ‘윤핵관’을 정면으로 공격하며, 당내 ‘이너서클 타파’를 공론화한 적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친윤 그룹’이 당권을 장악해 ‘윤석열 당’이 만들어지면 안정적인 당정운영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금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최대원인은 그동안 확장해 놓은 외연을 여권 주류세력이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당시 지지율을 회복하려면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이준석은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우리 정치계를 ‘열린 광장’으로 이끌려고 애써온 청년이다. 대표재임 1년여간 그는 당비를 내는 열성당원을 80여만명까지 늘렸고, 당의 외연을 호남까지 확장시키면서 국민의힘 전성시대를 만들어냈다. 윤 대통령은 이준석을 외연확장의 모델로 인식해야지 증오의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된다. 이준석의 기자회견을 당정간의 비판 담론 형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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