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 입학, 외국어고등학교 폐지 등을 발표해 논란이 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34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무위원 사퇴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 부총리는 8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부총리는 “제가 받은 교육의 혜택을 국민께 되돌려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달려왔지만 많이 부족했다”며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한다”고 말한 후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박 부총리 자진 사퇴 가능성은 이날 오전 여권을 중심으로 흘러나왔으나 박 부총리는 이날 오후까지 주요 현안을 점검하며 9일 국회 상임위원회에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업무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날을 넘기지 못하고 결국 사퇴를 표명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학제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학부모와 교육계, 정치권의 사퇴 요구가 이어지면서 최근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윤 대통령이 인적 쇄신카드로 박 부총리를 사실상 경질한 것이란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박 부총리가 사퇴함에 따라 윤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강조한 교육개혁의 동력도 힘을 잃게 됐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있던 학제개편안도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박 부총리의 사퇴가 인적 쇄신의 신호탄이 될 지 여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정무·공보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편방향을 잡고 인선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해 이진복 정무수석, 최영범 홍보수석 등 몇몇 수석급 참모들이 교체대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박형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