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5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가 푸른 하늘로 날개를 폈다. 우리나라가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이 된 것이다. 미국의 협조 없이 우리 기술과 국내업체 약 225개의 노력으로 쌍발형 엔진과 최신 레이더를 갖춘 국산 스텔스기가 탄생 되었고, 향후 ‘메이드 인 코리아’ 전투기의 해외 수출길이 열리게 되리라 본다.
반도체에서는 이미 국산이 대만, 미국을 제치고 나노 반도체 생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중국이 중하위 기술을 장악하여 바짝 뒤를 쫓고 있다. 통신 및 가전제품도 우리 상표가 전 세계에 알려져 있다. 해외여행 때 호텔 방마다 삼성과 LG전자의 대형 TV를 보노라면 국내인가 착각할 정도였다. 5G 통신망, 자율주행, 사물 인터넷 분야에서도 선두주자로 뛰고 있는데 중국이 수조 위안을 투자하며 기술표준 선점을 노리고 바짝 따라붙고 있다.
우리의 원전 기술 또한 세계로 도약하고 있었는데 탈원전이라는 정책적 덫에 걸려 아랍에미리트에 ‘한국형 원자로’ 4기를 수출한 후 주춤하고 있고, 그 ‘제3의 불’을 전 세계에 지필 수 있는 기술과 인력을 빼앗긴 듯 아쉽다.
수년 전 대규모 태양광 건설 현장을 가보고 또 놀랐다. 시설을 둘러보며 만난 현장 책임자가 중국인이고 태양광 패널의 명판을 보니 모두 ‘made in China’ 중국제품이다. 우리의 반도체가 얼마나 훌륭한데 국가에서 건설하는 대규모 발전시설에 중국제품이 판을 치는가. 국산품이 모자라면 조금만 늦추어도 될 텐데 섣부른 태양광 건설 추진이 푸른 산과 들을 파괴하고 우리나라 굴지의 생산업체를 파멸의 길로 몰고 있다. 지난달 LG전자가 사업을 철수하였고 현대에너지솔류션도 난망이고 겨우 한화큐셀만 마지막 패널 사업자로 버티고 있는 사정이다. 중국이 저가 공세로 우리나라 태양광 건설의 주도권을 쥐고 이미 국내 30% 이상을 점하고 있는 현실이다.
어디 이뿐이랴. 며칠 전 이케아(IKEA) 생활용품 몰에 가서 스스로 만드는 DIY 가구 재료를 둘러보면서 ‘참 헐하다!’ 하며 이것저것 다른 품목들도 뒤적여 보았는데 거의 ‘made in China’ 표시이다. 디자인은 스웨덴으로 되어있으나 주방용 물품은 베트남, 타일랜드가 조금 섞여 있고 전등 같은 전기제품도 중국제이고 국산은 거의 없다. 우리 주위에 많이 생긴 ‘다이소’ 매장도 마찬가지다. 1천 원대의 값싼 생활잡화들이지만 대부분 중국산이며 베트남 제품들이 끼어있기도 한다.
30여 년 전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슈퍼마켓에 들러 손톱깎이를 보고 가격이 싸서 얼른 한 개를 집어 들고 버스에 올라보았더니 ‘made in Korea’였다. 미제 하나 사려고 했는데 아쉬웠지만, 우리나라 제품이라는 것에 마음이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고급 전자제품은 국산이 세계를 주름잡고 있으나 우리의 간단한 실생활 용품은 저가(低價)라는 달콤함에 빠져 외국산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다시 국산 생활용품들이 우리의 옆에 돌아오기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