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더위를 이겨나가자

등록일 2022-07-14 19:06 게재일 2022-07-15 18면
스크랩버튼
윤영대 수필가
윤영대 수필가

잠잠해지는 듯한 코로나19의 열기가 다시 일일 확진자 4만 명 대로 확산되면서 6차 대유행을 경고하고 있다. 새로운 변형인 BA.5는 면역 회피 특성이 있어서 방역 당국도 4차 접종을 확대해 50대와 18세 이상의 기저 질환자도 포함 시켰다. 지난 5월 초, 4만 명을 기록한 후 점차 줄어들다가 2개월 만에 다시 늘어난 것이다. 매주 2배로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뚜렷해지며 입국자 격리면제와 국제선 항공편 증설이 주된 영향이라고 밝히고 유행 상황이 커지면 선별적 단계적 방역·의료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전염병 유행의 긴급한 상황에서는 국민 각자의 건강 지킴이가 필요하다.

15일은 유둣날(流頭節)이다. 24절기는 아니고 삼복과 함께 세시풍습 중의 하나로 신라 때 유래 됐다.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 즉, 동쪽으로 흐르는 맑은 물에 머리 씻고 청결하게 몸을 가꾸는 물맞이 풍습인데, 액을 떨쳐 버리고 땀띠나 더위를 막고 무병장수를 빌어온 ‘물마리’ 즐거움도 이제는 잊혀져가는 듯하다. 봄철 내내 농사지으며 쌓인 피로를 풀 듯 목욕을 하고 햇밀, 햇보리로 떡을 만들고 애호박 잘게 썰어 버무려 부친 밀전병 등을 나누어 먹으며 유두잔치를 벌였고, 참외와 수박, 국수와 떡, 수단(水團) 등을 사당에 올려 ‘유듀천신’하며 한 해의 풍년을 비는 농신제를 지내기도 했다.

요즘처럼 무덥고 습한 날씨에 갯가나 계곡을 찾아 폭포 물에 열기를 씻으며 코로나 확산 우려의 마음도 씻어보자. 형산강은 포항을 씻으며 동해로 흘러드는 큰 강이다. 그 강변에 깨끗한 물놀이터라도 있으면 이 유듀절에 더 좋은 놀이터가 될 터인데….

이제 삼복이 시작된다. 1년 중 가장 무더운 계절의 시작인 초복은 하지 이후 세 번째 경일(庚日)이고 열흘씩 지나며 중복 말복이 되지만 올해 말복은 입추 전이 경일이라 한 칸 건너뛰는 월복(越伏)이다. 삼복은 중국 진·한 시대부터 유래 되었다는 사기(史記) 내용을 동국세시기는 전하고 있다. 그런데 복날을 영어로 ‘dog days’ 즉 ‘개의 날’이라는 것을 알고 신기했다. 우리가 복날 때 더위를 이기려고 개고기를 먹은 풍습을 어떻게 알고 있었나? 알아보니 마침 태양과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天狼星)가 같은 하늘에 떠오르는 이맘때쯤 옛 이집트 나일강은 홍수로 범람이 잦았고, 그래서 ‘시리우스의 분노’라고 하며 개를 상기한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삼복의 복(伏) 자에도 개가 사람 옆에 있는 모습이다.

삼복날은 개고기를 파 넣고 끓인 보신탕과 닭을 인삼과 함께 삶은 삼계탕 등 보양식을 먹었는데, 88올림픽 이후 보신탕이 혐오식품이 되었고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의 ‘야만인’ 발언으로 논쟁이 일었고 개 식용금지가 동물보호법이나 개도살금지법 등으로 공론화되면서 줄어들고 있다.

삼복, 음기가 양기에 눌려 엎드린 계절에 또 우리의 몸과 마음을 끓게 만드는 코로나 열병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으니 각자 나름대로 보양식 먹으며 건강하게 이 계절을 이겨나가야겠다.‘유둣날 비가 오면 사흘 온다’는 속담처럼 이제 장마철이 본격적으로 접어든다.

금요광장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