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 거론했으나 일각 메시지 관리 해석도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이날 공지문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며 “대통령 공개 행사의 풀(대표기자) 취재도 가급적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변인의 브리핑 역시 가급적 서면 브리핑 중심으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는 도어스테핑을 위한 기자들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다. 파격 행보로 평가받으며 ‘용산 시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도어스테핑이 지난 5월 10일 윤 대통령이 취임한 후 처음으로 시행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이유가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하향 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메시지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2층 대통령 집무실 아래에 위치한 기자실에서 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동거인 확진을 포함하면 확진자가 두 자릿수까지 번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과거 청와대와 기자실인 춘추관이 별도 공간에 있었던 상황과는 다르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도어스테핑 중단 통보에 출입 기자단은 반발했다. 당초 국민소통관실이 전날 밤 도어스테핑을 당분간 풀단 체제로 운영하기로 공지한 가운데 대통령실이 이날 아침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는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통령실은 “대통령 공개 행사의 풀 취재도 가급적 최소화할 예정”이라며 “대변인의 브리핑 역시 가급적 서면 브리핑 중심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출입 기자단의 취재 경로 상당 부분이 당분간 막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면 브리핑은 일방향의 소통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조치에 기자들은 “도어스테핑을 안 한다고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이 작아지느냐”, “왜 기자들을 바이러스 전파자로 분류하느냐” 등의 불만을 표출했다.
이런 가운데 방역당국은 코로나19가 당분간 확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도 장기간 중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특정한 시점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코로나19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 기간 동안 대통령실에서는 도어스테핑에 대한 재점검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유행이 가시화하기 전부터 도어스테핑을 통해 다소 정제되지 못한 발언이 나가는 데 대한 메시지 관리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탈권위 소통’ 행보를 향후 어떻게 이어갈지가 주목된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