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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에어컨을 켰다

등록일 2022-06-30 18:09 게재일 2022-07-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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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수필가
윤영대수필가

봄 가뭄이 길게 이어져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우다가 6월 하순 느닷없이 때 이른 장마 소식이 들린다. 그동안 텃밭에 물을 자주 주지 못한 탓에 상추잎은 힘이 없고 풋고추는 쪼그라들어 안타까웠는데 단비 소식이 고맙지만 폭우를 동반한 강풍까지 불어온다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전국에 국지적으로 300mm가 넘는 폭우가 예보되고 습도도 높아져 열대야가 찾아왔으니 이제 진정 여름이 온 모양이다. 벌써 대구, 강릉은 낮 기온이 33℃를 넘었고 올여름 폭염은 바닷물의 고온 현상으로 7월부터는 더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줄기 폭우라도 쏟아져 땅을 식혀주면 좋겠는데 이곳 포항 동해안 지역은 찔끔찔끔 뿌려주고 간다. 어저께 시골집 텃밭에 물을 주고 집에 들어오니 화끈한 열기가 느껴지기에, 미루어 왔던 마음을 접고 거실 한구석에 있는 에어컨을 켰다. ‘웅’하는 소리와 함께 처음으로 시원한 바람을 불어낸다. ‘에어컨 없는 여름, 상상하기 힘들다’는 말이 맞구나. 부채를 부쳐 얼굴의 땀을 말리기도 하겠지만, 기온 상승과 폭염 일수 증가로 에어컨을 설치하고 수리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전기사용도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 달부터 전기요금도 많이 나오겠다.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과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급등으로 5조원의 영업적자를 낸 한국전력은 전기요금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값비싼 액화천연가스 LNG로 대체하며 입은 손실을 국민에게 부담시키는 이른바 ‘탈원전 청구서’를 발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연료비 연동제 상·하한을 분기당 3원이던 것을 7월부터 5원으로 인상하면, 4인 1가구의 평균전력사용량 307kWh 경우 1천535원 증가하고, 월 1천300kWh인 소상공인은 6천500원, 중소기업과 공장운영에는 그 2배의 인상된 요금을 부담하게 된다.

이제 무더위가 시작되었으니 에어컨과 같은 냉방시설 사용이 급증하게 되고, 현재 한전의 전력공급능력 약 9천500만kW 중 8천300만kW를 사용하여 예비율 14.5%인 상황이 10% 아래로 감소할 경우 전력 대란도 염려된다. 도시가스도 MJ(메가 쥴)당 1.11원 오르면 가구당 평균 월 2천220원가량 증가하게 되며 4인 가구의 전기·가스료는 약 4천원이나 인상된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통행료, 철도요금 등 공공요금은 정부 통제가 가능하지만 상하수도, 시내버스와 택시 등 교통요금은 지자체 권한이기에 이들 요금도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물가도 24년 만에 6% 인상이라는 엄청난 고난을 겪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에너지는 필수이니만큼 그 정책을 잘 세우고 공급여건을 잘 확보해 나가야 한다.

무더운 여름, 시원하게 몸의 온도를 낮추려니 에너지비용의 증가로 마음의 온도는 올라간다. 온종일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냉장고도 있다. 문 여닫는 횟수를 줄이고 필요 없는 조명도 끄자. 폭염이 덮칠 여름, ‘전기는 풍족하게 쓰되 결코 낭비는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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