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宇宙)는, 중국 송나라 육상산(1139~1192)이란 사람이 공간을 ‘宇’라 하고 시간을 ‘宙’라 하면서, 이 두 글자를 합쳐 ‘우주(universe, space, cosmos)’라고 했다.
백과사전 역시 우주를 ‘모든 물질과 복사(輻射)를 포함하는 공간과 시간의 전체’라고 이르면서 ‘우주라는 말은 시공(時空)을 뜻할 때에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공간·시간을 포괄하고, 지구 밖의 공간을 지구를 둘러싼 원우주(遠宇宙)라고 한다’고 부연하고 있다.
이를 보면 우리 동양인들은 우주를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도 포함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눈에 반짝이는 저 별빛은 수만 년, 아니 수십만 년을 달려온 과거의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이나 종교를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분석적으로 표현하면 그 의미가 변색되듯이 어느덧 동심은 사라져버리고 가슴도 삭막해지게 마련이다.
시인 윤동주님은 물론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소행성 B612도 빛이 바래지고 말 것이다. 알퐁스 도데의 단편 ‘별’ 역시 글맛을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
그리스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Ptolemaeus·85?~165?)는 처음으로 하늘의 별을 세어본 후 모두 6천개에 이른다고 했다. 그러나 망원경이 발명되면서 웃기는 주장이 되고 말았다.
천문학자들에 따르면 우리 은하에만 약 2천억~4천억여 개, 우주 총 1천375억여 개의 은하가 존재한다. 지구의 모래알 보다 4~5배 많은, 어쩌면 인간의 상상으로는 가늠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스스로 계산해보길 권한다.
옛날 사람들은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면서 국가와 개인의 운명을 점치기도 했다. 태양이 달에 가려서 나타나는 일식이나, 지구가 달과 태양 사이에 위치하면서 나타나는 월식, 낮에 보이는 금성 등 일상에서 벗어난 천문현상이 나타나면 왕은 자신의 부덕함을 반성했고, 백성 역시 재난이나 우환에 대비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는 하늘의 뜻을 받아 나라를 세웠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라고 하는 밤하늘의 별자리를 돌에 새겨 놓았다. 유학자 양촌 권근(1352~1409)은 ‘달걀의 흰자가 노른자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우주 역시 하늘이 땅을 둘러싸고 있으며, 하늘은 둥글고 끝없이 돈다’고 간략하게 기록하고 있다. 혼천설(渾天), 즉 하늘은 둥글며 끝없는 일주운동(日周運動)을 이해했다.
별도 하늘에 영원히 떠있지 않는다. 사람처럼 언젠가는 죽을 운명이란 뜻이다. 우리 태양의 수명은 대략 100억년 정도라고 한다. 현재 태양이 약 50억년 정도 되었으니 앞으로 50억년 정도가 지나면 태양은 이 우주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다른 모든 별도 태양처럼 태어나서 진화하다가 결국 소멸을 맞는다. 별이 만들어지는 과정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질량이다. 질량에 따라 별의 크기와 밝기, 얼마나 오래 사는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별의 일생을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구름이 모여 탄생되고 진화를 거듭하다가 대량의 기체를 우주 공간에 방출하면서 죽어간다. 그리고 그렇게 방출된 기체는 다시 모여 다음 세대의 별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설처럼 별은 지난 과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네 동경과 꿈을 밝혔던 밤하늘에 별은 여전히 무수히 많은 비밀을 품고 있다. 이 모두를 알려고 하기보다, 별을 보며 희망을 꿈꾸던 어린 시절의 용기와 사랑을 잃지 않으려는 지혜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별은 태양이 빛나는 낮에도 반짝이니까 말이다.
/박필우(스토리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