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3대 영양소이다. 그중 단백질과 지방은 콩이나 옥수수, 올리브, 브로콜리 같은 식물성 식품에도 있지만, 특히 고기에 많다. 육식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기 때문에 전 인류가 고기의 맛을 버리기도 쉽지 않고, 비타민 B1은 고기에만 있는 영양소라서 채식으로 보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내가 채식을 2년간 하다가 중도 포기한 것도 영양 불균형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축산 고기에 거부감이 있어도, 고기를 안 먹기는 참 힘들다. 그러다 보니 축산 고기 말고 다른 방식으로 단백질을 섭취할 수는 없을까 궁리하게 된다.
그러다 2020년 12월 어느 신문기사에 눈이 번쩍 뜨였다. 싱가포르에서 세포증식 닭고기를 시중에 판매해도 된다는 승인이 났다는 것이다. 세포증식 고기는 실험실에서 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고기를 말한다. 그래서 세포증식 고기는 실험실 고기라고도 하고 배양육이라고도 한다. 이후 기사를 보니, 21년 4월에는 배달 앱으로 주문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세포증식 고기를 처음 개발한 사람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교수 빌렘 반 엘런이다. 그는 1999년에 배양육에 관한 이론적 연구로 국제 특허를 획득하고 2002년에는 금붕어에서 유래한 근육 조직을 실험실의 페트리 접시에서 배양시키는 데 성공했다. 2017년에 빌 게이츠가 미국의 인공고기 스타트업인 ‘멤피스 미트’에 거액을 투자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빌렘 반 엘런이 세포증식 고기를 개발한 이유는 동물 학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고기 소비량이 1980년 1인당 1년에 11.3kg이던 것이 2017년에는 55.89kg으로 늘었고, 2020년 유럽 사람들은 81kg, 북미 사람들은 123kg을 먹었다. 이렇게 우리가 고기를 많이 먹게 된 것은 공장식 대량 축산 시스템 덕분이다. 돼지들이 우리에 빽빽하게 갇혀 옴짝달싹 못 하는 사진을 보면 고개를 돌리게 된다. 도축 과정도 모른 척하고 싶다.
그런 데다 2006년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가축의 긴 그림자’라는 보고서에서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8%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가 과장되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고기 소비율이 빠르게 높아지면 축산업이 환경을 오염시킬 것은 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세포증식 고기는 동물 윤리도 지킬 수 있고 온실가스 배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항생제 오남용이나 바이러스 감염 우려도 없다.
그러나 세포증식 고기를 선택하는 데 망설이는 사람도 많다. 세포를 증식하려면 동물의 혈청이 필요해서 동물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값도 비싸며, 맛도 축산 고기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것이다.
축산 고기는 맛도 좋고 값은 싼데, 동물 윤리 문제가 심각하고, 세포증식 고기는 동물 윤리는 해결되는데, 맛도 없고 비싸니,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어떤 고기를 먹을까’ 대신 ‘얼마나 먹으면 될까’로 질문을 바꿔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