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추인
이것은
꽃의 압축파일이다
감 씨를 반으로 따개면
흰 배젖에 감싸여 오뚝 서 있는
고염나무 한 그루
내 아기집 속에 있던 1mm의 아기
초음파 영상 같은
감 씨 속엔
감나무의 숨겨진 전생이 있다
감나무로 성형되기 전
고염나무였다는 DNA
단감을 먹고 씨를 심어보면 안다
시인은 위의 시에서 대상의 속 끝까지 파고들어 시적 의미를 발견하고자 한다. 그는 ‘감 씨’에서 “꽃의 압축파일”을 찾아내고는, 나아가 감나무가 “고염나무였다는 DNA”를 발견하며, 그리하여 감 씨가 품고 있는 전생과 가능성까지 읽어내는 것이다. 어떤 대상의 잠재성과 가능성을 드러내는 시인의 작업은, 감 씨가 품은 가능성이 고염나무로 현실화되는 것처럼, 그 대상의 시적 부활을 향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