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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등록일 2022-06-26 18:00 게재일 2022-06-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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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추인

이것은

꽃의 압축파일이다

 

감 씨를 반으로 따개면

흰 배젖에 감싸여 오뚝 서 있는

고염나무 한 그루

내 아기집 속에 있던 1mm의 아기

초음파 영상 같은

감 씨 속엔

감나무의 숨겨진 전생이 있다

감나무로 성형되기 전

고염나무였다는 DNA

 

단감을 먹고 씨를 심어보면 안다

시인은 위의 시에서 대상의 속 끝까지 파고들어 시적 의미를 발견하고자 한다. 그는 ‘감 씨’에서 “꽃의 압축파일”을 찾아내고는, 나아가 감나무가 “고염나무였다는 DNA”를 발견하며, 그리하여 감 씨가 품고 있는 전생과 가능성까지 읽어내는 것이다. 어떤 대상의 잠재성과 가능성을 드러내는 시인의 작업은, 감 씨가 품은 가능성이 고염나무로 현실화되는 것처럼, 그 대상의 시적 부활을 향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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