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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우주의 길을 열다

등록일 2022-06-23 18:04 게재일 2022-06-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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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 수필가
윤영대 수필가

낮이 가장 긴 날 하지(夏至) 6월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우리나라 순수국내기술로 설계·개발된 최초의 우주발사체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자랑스러운 누리호(KSLV-Ⅱ)이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3-2-1-엔진점화-이륙’…. 하얀 연기와 황금빛 불꽃을 내뿜으며 남해의 푸른 바다를 힘차게 솟아오르는 누리호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마음 가득 환호를 외쳤고 12년간 쌓은 노력으로 난관을 뚫고 개발해온 항공우주연구소 관계자들의 가슴에는 벅찬 기쁨을 안겨주었으리라.

약 2분 후 60km 상공에서 1단 엔진을 분리한 후 하얀 점을 남기며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매분 수십km씩 솟아오르며 단계적으로 추진체와 덮개를 벗어버리고 15분 후 드디어 700km 상공에 도달했다. 이어 성능검증위성을 분리하고 마지막으로 위성모사체를 초속 7.5km로 궤도에 안착시켰다는 발표를 듣고 모두 안도했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7번째 우주 강국이 된 역사적 꿈을 이루었다. 참으로 뿌듯하다. 30여 년간 쌓은 한국우주항공기술의 결정체가 천공(天空)을 뚫고 우주탐사전을 펼친 것이다. 지금 누리호는 지구궤도를 하루 14.6바퀴씩 돌면서 남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누리호에는 카이스트 등 국내 4개 대학이 제작한 4개의 큐브위성이 실려있다. 1주일 후부터 하나씩 우주 궤도에 내려놓으며 우리의 꿈을 위한 새싹을 심겠지. 아무쪼록 각각의 임무가 잘 수행되기를 바란다.

누리호는 연소 불안정과 추진탱크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작년 10월 1차 발사를 했으나 마지막 궤도 진입에 실패하였고 이번에도 기상문제와 기체이상 발견으로 두 차례 연기 끝에 드디어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앞으로 2027년까지 약 6천9백억을 들여 4차례 더 발사할 계획이 있다 하니 항공우주청의 설립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본다. 총 중량 2백 톤, 성인 약 3천 명의 무게에 총알의 10배 속도로 우주공간을 날기 위해서 37만 개 부품으로 제작되었는데 300여 민간업체의 기술이 합쳐진 것이다. 미래 우주산업은 4차를 넘어 5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주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되며 선진 각국도 민간참여를 유도하고 있는바 우리도 그 꿈을 넓혀야겠다.

90년대 초 우리별 1, 2호가 영국 기술을 보태고 프랑스제 아리안 로켓을 빌려 타고 먼 중남미 기아나 우주발사장에서 발사된 지 30년, 우리는 드디어 우리기술로 우리 발사체로 우리 땅에서 누리호를 우주로 쏘아 올렸다. 남해 고흥반도의 끝 외나로도에서 우주로의 길을 연 것이다. ‘고흥 나로도’라는 지명과의 인연도 기묘하다. 높을 고(高), 일어날 흥(興)에 ‘날다’의 발음과 비슷한 섬 이름…. 우주센터 후보지 11개 중에서 발사 각도와 입지조건 등을 고려하여 선택되었는데 포항과 울산도 후보 지역으로 나섰다고 한다.

높이 일어설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 강국 대한민국의 꿈과 희망을 싣고 우주의 길을 연 누리호의 성공을 빌며 외쳐본다. 누리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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