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지선으로 달라진 정치지형과 과제<br/>TK지역, 민주당 전멸에 기초단체 3곳만 무소속 당선돼 보수 색채 더 뚜렷<br/>지방의회 선거 중대선거구제 일부 시범 도입으로 민주당 그나마 체면치레<br/>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 독점현상 막고 정치 다양성 기여할 시스템 도입해야
올해는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한꺼번에 실시됐다.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이후 3개월 만에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지지율을 보이며 4년 전과는 판이한 정치지형을 보였다.
대구·경북 지역은 대선 승리 이후 더욱 강한 보수성향을 보이며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 2명 전원과 대구 8곳과 경북 23곳의 기초단체장 31명중 무소속 당선자가 탄생한 영천·의성·울릉 등 3명을 제외한 28명이 당선되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당시 대구 달성군과 경북의 김천, 안동, 영천, 봉화, 울진 등 모두 6곳에서 무소속 기초단체장이 배출됐다. 특히 경북 구미시장에는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은 4년전 보다 국민의힘 강세가 더 뚜렷해졌고 보수의 심장임을 재확인하게 됐으며 일당 독주체제를 더욱 공고히 했다.
본보는 창간기념을 맞아 14대 대선과 지방선거로 달라진 대구·경북지역의 달라진 정치지형을 점검하면서 일당 독주체제 극복을 위한 다양성 부족이라는 과제해결 방안을 논의해 본다. (편집자 주)
□4년 만에 보수로의 회귀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경기도와 광주·전남·전북 지역을 제외하곤 대부분 지역에서 국민의힘 소속 광역·기초단체장 들이 대거 당선됐다. 전국 교육감도 지난 지방선거 당시와 비교할 때 17명 중 8명이 보수성향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진보시대의 막을 내렸다는 지적이다.
물론 대구·경북지역도 예외는 아니었고 몇몇 광역·기초의원을 제외하면 거의 이변은 없었다.
선거 결과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등 광역단체장 2명이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고 기초단체장은 대구 8곳 전원, 경북은 영천과 의성·울릉 등 3곳의 기초단체장만을 제외하고 20곳에서 모두 승리해 대구·경북지역이 여전히 보수의 텃밭임을 재확인했다. 이는 대선에서 정권을 잡은 윤석열 정부의 출범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지역 유권자들이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됐다.
4년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미시장이 당선된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달라진 정치지형임을 알 수 있다. 그나마 무소속 후보들이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됐을 뿐이며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무소속 바람이 거세게 일 것이라는 관측도 들어맞지 않았다. 무소속 당선자들도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 친 국민의힘 성향으로서 실질적으로는 보수진영 인사의 전원 당선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런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선 승리후 보수층이 더 결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분석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대구·경북 지역 31곳을 통틀어 겨우 11명의 후보만을 등장시켜 체면을 구겼고 대구시장에 후보를 낸 정의당과 기본소득당은 기초단체장 후보를 단 한명도 내지 못했다.
□제3회 지방선거때부터 특정정당 독점화
그동안 8차례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국민의힘과 보수 정당 후보들이 100% 당선된 경우는 몇차례 되지 않아 싹쓸이는 거의 없었다.
민자당이 여당이었던 제1회 지방선거때 대구는 자민련의 오기환 동구청장, 이재용 남구청장·이명규 북구청장·김규택 수성구청장·황대현 달서구청장·양시영 달성군수 등 6명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었다. 경북은 민주당 박기환 포항시장과 박팔용 김천시장·정동호 안동시장 등 14명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이에 대구·경북지역에 모두 20명이나 민자당 출신 이외의 인사들이 당선되면서 비주류 정당과 무소속 기초단체장들이 나오면서 지역 정치색이 어느정도 다양성을 보였다.
제2회 지방선거에는 대구는 이재용 남구청장이 무소속으로 당선됐을 뿐이고 경북은 자민련 김학문 문경시장·김수남 예천군수, 새정치국민회의 신정 울진군수 및 무소속 정동호 안동시장 등 모두 5명이 당선되면서 다양성을 이어갔다.
제3회에는 대구는 전원 한나라당이 당선됐다. 경북은 박팔용 김천시장·박인원 문경시장 등 2명이 무소속 당선돼 이때부터 지역에 특정정당 싹쓸이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제4회때 대구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모두 당선되면서 대구가 특정 정당의 텃밭화의 길을 걸었고 경북은 정윤열 울릉군수·이태근 고령군수·박영언 군위군수·김복규 의성군수 등 4명이 무소속 당선되면서 무소속 명맥을 유지했다.
제5회에는 보수당이 아닌 무소속은 대구의 경우 서중현 서구청장·김문오 달성군수 등 2명, 경북은 김주영 영주시장·신현국 문경시장 등 모두 8명의 무소속 기초단체장이 나와 특정 정당 일색이라는 색깔론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제6회 지방선거에서 대구는 전원 새누리당으로 채워졌고 경북은 무소속 이정백 상주시장·김주수 의성군수·한동수 청송군수 등 단 3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제7회 지방선거에서 보수진영 후보를 제외한 기초단체장 당선인은 대구는 무소속 김문오 달성군수, 경북은 민주당 장세용 구미시장을 제외한 김충섭 김천시장 등 5명이 무소속 후보로 당선돼 비주류의 명맥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번 제8회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은 보수당의 텃밭으로 회귀했다.
□중선거구제로 그나마 희망의 불씨는 살려
지역에서 제대로 후보를 내지 못했던 민주당은 제8회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의원 56명을 배출해 그나마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당초 민주당은 대구·경북에서 공천 파동 등으로 인해 전멸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주류를 이루는 등 선거 여건과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보수텃밭에서 민주당은 광역·기초의원들이 선전하며 그나마 재기 가능성을 보여 진보 셩향의 지역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안겨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기초의원의 경우 2∼5인까지 선출할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의 덕을 톡톡히 봤다는 평가다. 중대선거구제 선거 특성상 다소 낮은 득표율로도 충분히 당선권에 들 수 있었기 때문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지역에서 2∼3위 권에 들어 당선된 케이스가 많았다.
민주당은 대구의 경우 지역구 기초의원 24명, 광역 비례 1명, 기초 비례 1명 등 총 29명이 당선됐고 경북은 지역구 기초의원 21명, 광역 비례 2명, 기초 비례 4명 등 총 27명이 당선됐다. 중대선거구제의 효과가 아니었다면 이보다 더 못한 결과를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
□다양성 확보 위한 선거구제 변경 시급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권에는 특정지역 특정정당의 독점화라는 고착화된 상황의 타개책 마련이 우선적인 과제로 부상했다. 그 대안이 한 선거구에서 2∼5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정 정당으로의 쏠림을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고 이미 특정 정당이 지방 의회 의석 대부분을 독식하는 현상이 반복돼 온 자치구·시·군의회 선거에 지난 2006년 지방선거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광역의회의 반대 등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만 실시됐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시범지역에만 도임되는 등 전국적으로 실시하지는 못했다.
우리나라는 3차 개헌 후 참의원 선거시 이 선거제가 처음으로 도입됐고 제4공화국과 제5공화국 당시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에 중선거구제를 채택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이 실시하고 있는 중선거구제하에서 후보자는 득표활동을 위한 정책보다는 이익유도에 집중하고 지역구에 고착화된 고정지지표를 바탕으로 한 번 당선되면 이후 어렵지 않게 재선, 다선에 등극하는 단점이 드러났다.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인 조정 변호사는 “현재의 특정정당 독점화를 깰 수 있는 것은 중대선거구제로의 변화를 통해 지역정당 출현 등 다양성이 확보돼야 정치의 발전을 기할 수 있다”며 “정치권은 중대선거구제의 단점보다는 제대로 된 지방분권 실현과 특정정당으로의 쏠림현상만이라도 개선하도록 선거구제도의 개선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