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새 내각 인사 청문회를 보면서

등록일 2022-05-08 18:44 게재일 2022-05-09 16면
스크랩버튼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흔히들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윤석열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중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 나라 최고 인재를 뽑아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역이나 세대, 당파를 뛰어 넘는 능력과 전문성에 기반한 인사를 기용하겠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의 코드 인사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 중엔 새로운 내각에 대한 첫 인사에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총리 후보를 포함한 내각 후보 명단이 발표됐고 현재 인사 청문회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총리 후보의 인준 가능성마저 보이지 않고 있다.

여소 야대 구도 하의 이번 청문회의 모습은 과거의 파행적인 모습과 달라지지 않았다. 후보의 비리의혹과 도덕성 문제가 여지없이 연일 폭로되고 있다.

과거와 다른 ‘혹시나 청문회’가 ‘역시나 청문회’로 이어지고 있다.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총리나 장관 없이 출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덕수 총리후보 낙점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코로나와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그의 총리 발탁은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었고, 청문회 통과는 무난하리라는 예상도 있었다. 그러나 청문과정은 그에 대한 기대와 예상을 뒤엎어 버렸다. 그는 총리 등 공직 퇴직 후 이 나라 최대의 로펌에서 4년간 20억원의 고문료를 수령했음이 드러났다.

그는 로펌에서의 활동과 역할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국익과 공익을 위해 일했다’고 답변하면서도 구체적 활동 내역은 로펌의 ‘영업비밀’이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일부 의원들은 그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에 관여한 대가라고 비판하고, 그의 여러 공직 경력은 로펌을 가기 위한 수단이라고 혹평하였다.

과거 청문회에서 여러 총리 후보의 낙마사태가 연상된다. 박근혜 정부 시절 변호사 수임료 문제로 총리후보에서 낙마한 안대희 대법관의 데자뷰가 떠오른다. 차제에 고위 공직자와 로펌간의 회전문 인사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청문과정에서 김인철 사회 부총리가 청문회 직전 전격 사퇴했다. 그의 사립대 총장직과 원로 교수로서의 경력은 장관후보로서 부족함이 없는듯 보였다. 그러나 청문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과거 여러 행적은 결코 국민들의 정서에는 부정적으로 비쳤다.

누구나 선망의 대상인 미국의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본인뿐 아니라 아내, 아들, 딸 등 전 가족이 수령했던 것이다.

이 장학금은 연 6천만원 뿐 아니라 이사비까지 지원되는 최고의 장학 제도인데 김 후보자 자신도 장학생 선발의 추천자임이 드러났다. 더구나 그가 제자의 논문 심사를 유흥업소에서 했다는 보도는 그에 대한 위신을 여지없이 실추시켰다.

그가 청문회 전 전격 사퇴한 것은 윤석열 정부를 위해서도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사회 부총리 후보의 검증을 소홀히 한 인수 위원회 등 담당자들은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

보건 복지부 정호영 후보의 인사 청문회를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여론의 질타로 의기소침할 줄 알았던 정 후보는 청문회 초반부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두 자녀 의대 편입이 도덕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견지했다. 정 후보자의 아들딸이 자신이 병원장으로 재직 중인 의과 대학 편입은 사실이지만 성인이 된 자녀가 자신의 자유의지로 편입한 것을 부모가 막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같은 의대 동료 교수들에게도 ‘자녀가 떨어질까 두려워’ 알리지도 않았다고 강변하였다. 그의 주장이 사실일 수도 있다. 상식적으로 볼 때 두 자녀 모두 자신이 재직 중인 의과대학에 편입한 것은 국민 정서상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조국교수 자녀의 부모 찬스 문제로 세상을 들끓게 한 민심이 이를 용납키는 더욱 어려운 현실이다. 그는 자녀의 의대 편입이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맨 꼴이라 송구하다고 했으나 이 역시 적절한 비유로 보이지 않는다.

5월 10일은 윤석열 새 정부의 출범일이다. 현재로서는 총리 인준은 기대하기 어렵고 거대 야당은 장관 후보 3∼4명의 낙마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출범 시와 대동소이한 광경이다.

각료들의 회전문 인사, 부모 찬스, 법인카드 사용, 병역비리, 자녀의 입시 스펙 쌓기 등은 청문회의 단골 메뉴가 되어 버렸다.

새 정부의 인사 담당자들은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하여 앞으로 있을 수많은 인사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공직자의 이해 충돌, 부모의 찬스 등도 상식의 잣대로 검증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야당의 총리인준 연계 장관 후보 사퇴 요구는 새 정부 출범 발목잡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벗어난 주장 역시 엄청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국민들의 인사에 대한 요구 수준은 저만큼 높아졌는데 후보의 도덕성은 더욱 퇴락하여 안타까울 뿐이다. 혹시나 했던 청문회가 역시나 청문회로 전락한 책임은 여야 모두에게 있다.

시사포커스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