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면 한흑구 선생의 수필 ‘보리’가 생각난다. -낮은 논에도, 높은 밭에도, 산등성이 위에도 보리다. 푸른 보리다. 푸른 봄이다.-라는 글귀를 뒤적이다 보면 호미곶 구만리가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청보리 들판에 샛노란 유채꽃이 만발했다는 소식에 들떠서 화창한 일요일 나들이를 나섰다. 영일만 해파랑길을 굽이굽이 달려서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 들어서니 많은 상춘객이 북적대어 주차장은 빈틈이 없고 온갖 차들이 길가에도 열차처럼 늘어서 있다. 새천년기념관 앞에 겨우 주차하고 천천히 걸어서 하늘대는 유채꽃 물결 속으로 들어가니 씁쓸한 듯 알싸한 꽃향기가 코로나에 막혀있던 콧구멍을 자극하고 두 눈은 이미 노란 꽃잎에 꽂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