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영덕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원인이 충격을 주고 있다. 과수원 등지에서 과일의 색을 내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농업용 반사필름이 전신주에 닿은 후 불꽃을 일으킨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은 농가의 부주의로 오랫동안 키워온 소중한 산림을 훼손하였다는 결론이다. 심각한 바이러스의 원인이 지구 오염 때문이란 걸 알면서도 여전히 농업용 반사필름 사용을 줄이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 산불이 발생한 지 한참이나 지났지만 일부 과수원 바닥에는 아직도 수거되지 않은 반사필름이 그대로 널려있다.
청송은 고지대에 위치한 까닭에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크다. 추위에 견디는 일이 몸에 밴 사과는 그 달콤함을 안으로 농축해서 꿀사과란 별명을 얻었다. 동해 가까이에 위치한 덕분에 해양성 기후와 내륙성 기후가 교차하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었다. 과즙이 풍부하고 신선도는 오래가며 육질이 단단하므로 저장성 또한 뛰어나다. 단지 과일 밑동의 색깔을 내기 위해 은박지 까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면 농가는 생산비를 절약할 수 있고 소비자는 더 싼값에 사과를 먹을 수 있다.
해마다 마을 어귀에 산더미처럼 쌓이는 은박지를 떠올리면 색이 탐스런 사과를 고집하는 건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생각이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하는 이들의 눈에는 야만인으로 비칠 수도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들여온 잘못된 문화를 이제는 버려야 할 때다. 농가 스스로 은박지 설치 작업을 그만둔다면 해결될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에서 나서서 반사필름 사용규제를 해야 한다. 오염된 지구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 누군가는 나서야 할 때다.
때마침 청송에서는 은박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특별한 품종 하나를 찾았다. 황금사과가 그 주인공이다. 황금사과는 자연의 빛 그대로 두어도 충분한 빛깔과 맛을 낸다. 신화에서 황금사과의 이미지는 본래의 힘이다. 생명을 주고 병을 고치는 역할이다. 황금사과 한 알을 먹으면 당장이라도 젊어질 것 같은 위안이 든다.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산소 카페 청송만의 트렌드로 지역민이 다투어 수확하고 있다. 다만 사과는 붉은 빛깔이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이에겐 당해낼 재간이 없다. 어떤 빛깔의 사과를 먹을 것인지는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박월수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