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군 월항면 대산리 한개마을 끝에 있는 한주종택은 1963년 경상북도 민속문화재45호로 지정된 조선시대 목조건축물이다.
한주종택은 남향인 한개마을의 맨 뒤 북쪽, 산에 인접한 옛집으로 ‘동곽댁’으로도 불리는데 영조 43년(1767)에 이민검이 처음 짓고, 고종 3년(1866)에 성리학자인 한주 이진상 선생이 고쳐 지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진상은 성리학에 매진해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과 심즉리(心卽理)설을 주장한 사람으로 한주학파라 불린다.
대문을 들어서 사랑채를 끼고 동쪽 뒤로 들어가면 사당이 있고, 협문을 들어서면 흙돌담으로 분리된 누각식 정자가 있는데 그곳이 한주정사다. 한주정사는 전면 4칸, 측면 3칸으로 오른쪽으로 누운 T자 형태고, 가운데 2칸은 대청마루로 서쪽과 북쪽 각 1칸은 방으로, 남쪽 1칸은 누마루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대청 앞 처마에 조운헌도제(祖雲憲陶齊)란 현판이 있는데 주자(雲은 운곡 즉, 주자)를 조설하고 퇴계(陶는 도산 즉, 퇴계)를 법으로 모시겠다는 결의를 다진 글로 유명하다.
성주한개마을은 지난해 가을 ‘연모’라는 TV드라마 촬영으로 유명세를 탔다. 2회차 방송에서 아역 여주인공이 달려가다 넘어지면서 놓친 책이 연못에 빠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촬영지가 한주종택의 한주정사와 그 옆의 연못이었다.
이 연못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고자 한다. 동양철학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가 나다’는 사상 즉, ‘천원지방(天圓地方)’사상이 있다. 우리나라의 정원은 자연 그대로를 보고 즐기며 사람이나 건축 모두가 자연의 일부가 되도록 했다. 여기에다 풍수설이 널리 퍼지면서 한국만의 독특한 정원 형식이 발전하게 된다.
바로 이 정원의 구성요소 중 하나가 연못이다. 못을 파 물을 가두어 연꽃을 심고 물고기를 키우며 연못 옆에는 정자를 지어 바라보며 즐겼다.
조선의 연못 형식에 대해 알아보면 천원지방사상과 음양오행설, 풍수가 가미된 조선의 연못은 대개 ‘방지방도, 방지원도’의 두 가지 형식으로 나뉜다. 방지방도는 네모난 연못과 네모난 섬으로 꾸며진 연못으로 경복궁 경회루와 강릉 활래원, 그리고 보길도 세연정 등이 그런 형태다
방지원도는 네모난 연못과 둥근 섬으로 꾸며진 연못으로 경복궁 향원정, 창덕궁 부용정, 창경궁 부용정 등이 대표적이다. 한주정사 동쪽에 있는 연못은 앞에서 말한 방지원도와 방지 두 개의 연못이 붙어 있는 형상인데 이런 걸 여택 또는 이택이라 한다. 고려, 고구려, 미사여구 등에 쓰이는 ‘아름다울 려’자를 사용하는데 연못을 이야기할 때는 ‘이택’이라 발음한다.
한주정사의 동쪽 처마 이택 옆에는 일감헌(一鑑軒) 편액이 걸려 있다. 여기서 ‘일감’은 중국 명·청대의 시를 엮은 시집 ‘천가시’(千家詩)에 있는 성리학의 대가 주희의 ‘관서유감’(觀書有感)을 읽고 난 독후감의 첫 수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부터는 성주 회연서원 백매원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름다움에 역사적 향기까지 더해지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답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한개마을 한주정사에서 연못과 처마 밑에 걸린 현판을 보며 그 깊은 뜻을 헤아려보고, 매화 가득한 성주 회연서원의 정취도 즐겨보면 어떨까? 성주가 관광객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정순오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