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독일 총리직에서 물러난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에게는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독일 사상 첫 여성총리이자 최연소 총리, 유럽 최장수 여성총리 등과 더불어 포브스가 선정한 9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그녀의 사상과 철학을 반영한 메르켈리즘은 그를 더 유명하게 만들었다. 권력을 과시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포용하면서 힘을 가진 정책을 관철시키는 그의 리더십이다. 엄마 리더십이라고도 부른다. 엄마처럼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부드럽게 소통해 결과를 이끌어 내는 힘이다.
그의 소통력은 EU 단합을 이끌었고, 그의 포용력은 100만 명이 넘는 난민을 수용하게 하는 쉽지않은 일의 원동력이 됐다. 또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반대당이 주장하는 탈원전 정책도 과감히 채택하는 유연성도 보여주었다.
독일의 한 작가는 “메르켈은 꿈과 비전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는 실현 가능한 것을 생각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생각은 온갖 실용적 가치에 몰두해 있다는 것을 꼬집은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많은 기대와 주문이 몰려있다. 새 대통령이니까 많은 기대가 몰리는 것은 당연하나 투표를 통해 확인된 갈라진 민심을 보니 국정 수습이 쉽지 않아 보여 걱정이다. 가시덤불보다 더 험한 길을 헤쳐가야 할지 모른다.
메르켈리즘의 가장 큰 특징은 실용주의다. 국가와 국민에게 이익이 있다면 좌우를 가리지 않고 국익을 선택하는 것이다. 양보와 협력, 협치, 통합, 포용 등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정치적 수단을 동원하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메르켈리즘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