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치곡(致曲)의 마음으로

등록일 2022-03-07 18:40 게재일 2022-03-08 18면
스크랩버튼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

봄이 오는 길목이 순탄치만 않다. 날씨가 풀리기가 무섭게 미세먼지가 안개처럼 하늘을 가리고, 기류의 변화로 돌풍과 강풍이 불어와 나무와 풀들을 동면에서 깨우고 있다. 유례없는 겨울가뭄에 바람마저 잦아드니, 크고 작은 산불의 복병이 화마로 돌변해 여지없이 봄의 발목을 새까맣게 태우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증은 정점을 향해가는 듯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연일 역대 최다치를 보이며 애태움을 가중시키고, 후보 선출에서부터 선거유세까지 약 6개월간의 대선 레이스도 오늘로 마감되지만, 선거 막판 구도 재편에 초박빙 혼전이 안개보다 더한 깜깜이 판세로 요동치는 형세다.

어쨌든 긴장과 불안의 동토에 요원할 것 같은 봄날이 가까운 발치에서 서성대고, 진영과 이념 대립의 난무 속에 치열한 혼조세를 보였던 혼돈의 대선정국도 내일이면 판가름 나게 된다. 추운 겨울 속에서도 풀과 나무는 땅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쉼없는 물긷기로 봄날을 준비해왔듯이, 지역과 세대, 계층과 선전의 소용돌이 속에 대선후보들은 진정한 민의와 대의를 읽고 수렴하여 새봄 같은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 기저에 지극하게 정성을 다한다는 치곡(致曲)의 마음을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치(致)’는 미루어 지극히 하는 것이요 ‘곡(曲)’은 전체가 아닌 일부분이니, 치곡은 작은 일에도 모두 지극하게 정성을 다한다는 뜻이다. 중용 23장에 나오는 구절로, 매우 정성스럽다는 ‘곡진(曲盡)하다’와 비슷한 말이다. 즉, 치곡은 사소한 일도 무시하지 않고 정성과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으로, 매사의 정성스러움(誠)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곧 겉에 배어 나오고, 겉으로 드러나면 곧 뚜렷해지며, 뚜렷해지면 곧 밝아지고, 밝아지면 곧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곧 변하게 되고, 변하면 곧 생육된다.(曲能有誠이니, 誠則形하고, 形則著하고, 著則明하고, 明則動하고, 動則變하며, 變則化니라)’-중용 23장

그러니까 치곡(致曲)은 ‘誠→形→著→明→動→變→化’의 과정을 통한 변화는 전혀 새로운 존재의 탄생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밝아진다는 말과 변화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늘 긍지를 갖고 밝은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게 되면 겉모습만 변하는 아니라, 알맹이 자체가 완전히 변화하는 것으로, 오직 세상에서 지극한 정성을 다하는 것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唯天下至誠 爲能化)는 것이다.

자연은 지성의 세계이다. 흙 한줌,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조차 공(空) 것이 아니라 모두 제 나름의 특성과 자질로 형체가 있고 성의를 다해 생육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이 감동하듯이(至誠感天) 하늘 아래 극진한 정성(天下至誠)이야말로, 사람과 세상을 능히 움직이고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위정자이건 대다수의 민초이건 온 마음을 다해 순리와 이치에 따르고 온전함과 순수함을 위해 정성과 노력을 기울일 때, 진정한 화평과 감화의 꽃이 피어날 것이다.

心山書窓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