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춘
가장 멀리 떨어져야
가장 멀리 날아가는 건
활시위와 화살의 사이다
과녁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
자지러질 때까지
그리하여 만물이 선명해질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야
멀리서 온갖 꽃봉 터지는 소리 들린다
그대와 나의 사랑의 역설처럼
그리움이 사무쳐서 자지러져야 화살은 멀리 날아갈 수 있으며 ‘꽃봉’은 터질 수 있다. 사랑이 지금 이루어진다면 활시위와 활 사이의 거리와 같은 긴장의 강렬성은 약화될 터, 사랑이 강렬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사랑은 도리어 이루어지지 않아야 한다. 이를 시인은 “그대와 나의 사랑의 역설”이라고 표현한다. 그리움을 증폭함으로써 사랑의 감정을 뜨겁게 만들어야 사랑의 아름다움-꽃봉-이 터질 수 있다는 역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