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순영
나무들이 마주서서 악수를 한다
얼어붙은 겨울 강을 건너왔느냐고
반갑다고
수많은 가지와 가지들이 손을 마주잡고 흔드는
4월 윤중로에는
말없는 말들이 하얀 뭉게구름으로 피어오르고
구경나온 발걸음도 뭉게구름
봄날이 쏟아낸 군상들, 더러는 둘이 너댓이 모여앉아
싸목싸목 봄을 베어 먹는다
스피커가 토해내는 비발디의 봄이
짤랑짤랑 은방울 소리 꽃길을 가고
내 속에 잠들었던 홍매화 꽃망울 하나
꿈틀꿈틀 기어 나와
늙은 벚나무 가지 위에 올라앉는다
새로운 생명을 출산하는 자연의 생성력은 자연물들이 무조건적으로 서로 주고받기 때문이다. 이 생성력은 위의 시에서처럼 도시의 일상 풍경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겨울을 견뎌낸 나무들이 악수를 하고, 나무의 가지들도 서로 손을 잡는다. 봄의 생명력이 ‘윤중로’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구경나온 사람들의 발걸음에도 생명력이 지펴 뭉게구름이 피어오른다. 그리고 ‘홍매화 꽃망울 하나’가 ‘꿈틀꿈틀’ 태어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