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는 겨울철에도 주변 표층수온이 섭씨 10도 이상을 나타내는 비교적 따뜻한 바다에서 기인한 많은 양의 수증기가 최고봉인 성인봉(해발 986.5m)과 만나는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폭설이 가장 빈번하게 내리는 지역이다.
울릉도의 겨울은 눈으로 상징된다. 눈은 수목의 뿌리가 얼지 않도록 보온 역할을 하는 동시에, 수목이 생육을 시작하는 봄철에 눈이 천천히 녹으면서 뿌리에 수분을 공급함으로써 울릉도 수목환경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2월 중순 울릉도는 울릉도 겨울의 선물인 우산고로쇠수액 채취가 본격 시작된다. 고로쇠나무는 해발 100~1천800m에 자생하는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이다.
특히 우산고로쇠나무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고로쇠나무로, 해발 300m 이상의 고지대에 자라고 있다.
다른 지역의 고로쇠나무수액과 비교 연구에 따르면 우산고로쇠나무 수액의 당도는 3.06%로, 다른 지역의 당도 0.8~2.0%에 비해 매우 당도가 높다. 특히 우산고로쇠나무 수액 중 칼슘의 함량은 약 522mg/ℓ로 통상의 고로쇠나무(16.2~153.3mg/ℓ)에 비해 뛰어나게 높아 고로쇠가 골리수라 하여 뼈에 이로운 나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는 속설의 의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산고로쇠에서 항암효과 및 피부 미백효과와 함께 신경세포의 퇴행을 막는 항산화 효과에도 우수한 것으로 판명됨으로써 천연 기능성 물질로서 여러 가능성 또한 내포하고 있다.
우산고로쇠나무 수액채취 시기는 12월~1월보다는 연중 기온의 일교차가 높은 2월 중순에서 3월 중순에 주로 이뤄진다.
고로쇠 수액의 분출 원리는 고로쇠나무 내부와 외부의 압력차에서 기인한다. 나무 조직을 구성하는 도관세포 내부의 공기는 추울 때는 수축하고, 따뜻할 때는 팽창하는데 이러한 수축 팽창 원리에 따라 뿌리로부터 양분을 흡수한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 중 최저기온이 영하 4℃, 최고기온이 영하 12℃, 일교차가 15℃ 이상일 때 가장 이상적인 채취 조건이 이루어진다. 울릉도는 통상 연 중 2월 중순에서 4월 중순 사이에 연 중 일교차가 가장 높으며, 한편으로 3월 중순 이후에는 최저기온이 영상으로 따뜻해지기 때문에 고로쇠 수액의 적절 채취 시기는 2월 중순에서 3월 중순에 이뤄진다.
울릉도에서 본격적인 우산고로쇠나무 수액 채취는 1970년대 수액 채취가 이루어진 백운산, 지리산에 비해 비교적 최근인 2002년부터 수액채취 허가가 나면서 시작되었다.
현재 울릉도에서 우산고로쇠 채취 생산자는 80여명으로, 수액채취와 품질관리는 울릉군산림조합 및 울릉군에 의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울릉도에서 고로쇠나무의 이용은 울릉도 개척기 무렵부터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울릉도 전통 가옥이면서 문화재청 중요 민속자료로도 지정된 울릉도 너와집의 널판의 재료가 바로 우산고로쇠나무이었다.
울릉도는 지붕을 덮을 정도로 잦은 폭설이 내리기에 견고하면서도 눈에 적응하기 위한 집 구조가 필요했다. 산의 잡목을 구해 우물정자로 포개어 건립한 후에 그 위에다 지붕으로 너와를 올렸다. 고로쇠나무는 그 결이 단단하여 너와에 제격이었다. 그럼에도 해양성 기후 특성상 수분을 가득 머금은 눈의 무게로 인해 너와집이 붕괴되는 일도 예전에는 빈번하게 있었다. 1934년 2월의 어느 한 중앙지에 실린 울릉도 폭설 호외 기사는 4m에 이르는 폭설로 울릉도 용암골의 가옥이 붕괴되어 자고 있던 가족 모두가 참변을 겪었다는 안타까운 기사가 실려 있다. 울릉도 주민들에게 가옥의 재료로 울릉도 개척기의 어려움을 함께했던 우산고로쇠나무가 이제는 수액으로서 울릉도 주민의 겨울 소득원이 되고 있다.
매년 겨울이면 잦은 풍랑특보로 인해 1달에 보름 가까이 여객선이 결항되어 고립의 섬이었던 울릉도가 올해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포항-울릉도간 항로에 취항한 1만9천988t의 대형 카페리호인 뉴씨다오펄호의 운항으로 눈 덮인 울릉도의 풍광을 즐기고자 하는 등산객들로 비교적 활기를 띄고 있다.
우산고로쇠와 함께 울릉도 풍성한 해산물은 울릉도 겨울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청정 해역의 어패류와 다양한 해조류도 한몫을 한다.
왜 섬 주변에서는 그리고 울릉도(독도) 주변에서는 해조류가 풍성하게 자랄까? 해양 심층으로부터 영양염 공급도 있겠지만, 최근의 연구들은 육지로부터 영양염 공급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울릉도는 화산섬이라는 특징과 물이 풍부하여 육지로부터 영양염 공급에 우수한 조건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바다의 신으로 알려진 포세이돈의 이름은 원래 땅의 남편, 땅의 주인을 의미하며, 대지를 뒤흔드는 신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바닷물에 녹아있는 거의 대부분의 물질은 육지에서 운반된 물질이다. 바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육지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바다와 육지가 가장 정직하게 만나는 곳이 바로 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