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멀리 선 나무가 평화스러워 보여도
몸을 만지면 상처투성이이네.
바다가 멀리서 태평한 듯 보여도
발을 디디면 파도가 그의 상처이네.
강물이 조용히 명상에 든 것은
굵은 비가 울고 간 후이고
갈대가 하얗게 꽃을 흔듬은
밤새 찬바람과 싸운 끝이네.
자연은 슬픔을 꽃으로 피우네.
사람만이 슬퍼서 병이 나네
그리고 병이 깊을 때,
그의 영혼은 그늘의 새순 같은 詩가 되네.
자연은 평화롭게 존재하지 않는다. 상처투성이 나무, 바다의 상처인 파도, 굵은 비의 울음, 찬바람과 싸우는 갈대, 이 모두는 중생의 삶처럼 슬픔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연은 사람과는 달리 병나지 않는다. 슬픔을 꽃으로 승화시키기에. 반면 슬픔 속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아픈 영혼은 ‘새순 같은 시’를 낳는다. 그리고 그 시는 사람이 꽃 피우는 나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새순-을 틔울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