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숙
두터운 표피 속에 모든 가능성을 깊이 저장하고
순수의 알몸 하나로
겨울을 버틴다
살아오는 동안 만났던 벗들의 마음을
이웃들이 보여주던 따듯함을
지난해 보았던 크고 작은 슬픈 이야기들을
마음의 갈피에 갈무리한다
푸른 가지 위에 날아와 쉬어가던 산새들
어딘가로 떠나버린 산골에서
안으로 외로움을 삭이노라면 더욱 단단해지는 갑옷
그 속에서 값진 꿈을 빚어
빛나는 모습으로 부활하려 한다
나무는 외로움을 삭이는 중에 “더욱 단단해지는 갑옷”을 만들고 더 나아가 “값진 꿈을 빚어”낼 줄도 안다. 거기에서 시인은 “빛나는 모습”을 발견하고 ‘부활’의 모습을 인지한다. 시인은 나무가 내뿜는 빛 속에서 부활하는 법을 배운다. 외로움을 삭이고 꿈꾸고 상상하기. 시 쓰기는 부활을 위한 실천이다. 나무와 시인이 시 쓰기를 통해 동화될 때 시인의 존재 전화는 이루어지기 시작하며, 그는 새로이 부활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