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
지금 내게 바람은
바짝 마른 파동
파동치는 고통이다
세상은 바짝 마른 굉음으로 가득하다
유리창과 문짝과 지붕과 벽들이
공중에서 부딪친다
바람의 일격! 바람의 이격! 바람의 삼격!
부러진 굴뚝이 부서진 책상 위에 쓰러져 있다
나는 두 눈 벌겋게 뜬 채
쩍쩍 갈라져 해체된다
해체되어
바짝 마른 해일 속을 떠다닌다
우수도 갈망도 없이
이 시에서 황사는 고통의 상태를 의미한다. 시인에게는 그 상태가 세상이다. 바람이 가지는 가벼운 이미지, 상승 이미지는 여기에서 찾을 수 없다. 황사가 지나가면 날카로운 망이 지나가는 것처럼 만물은 분쇄되며, 결국 ‘나’마저 황사에 의해 “쩍쩍 갈라져 해체”되어 “우수도 갈망도 없이” 떠다니게 된다. “바짝 마른 해일”로 뒤덮인 이 세상에서 “부서진 책상 위에 쓰러져” 쓰는 시란 ‘공포의 기록’과 같으리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