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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일상의 소중한 실천, ‘낚시면허’이야기

등록일 2022-02-16 20:11 게재일 2022-02-1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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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면허는 공유자원을 취미생활로 즐기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이지 않을까. 수산자원을 보호하고 해양생태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낚시면허 도입을 통한 수산자원 교육과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캐나다에서 취미낚시를 하려면 ‘면허’(fishing licence)를 구입해야 한다. 낚시 방법과 잡을 수 있는 어종, 어종 크기 등 정해진 조건을 지키고 필히 따라야 한다. 몰랐다는 변명은 수십만 원에 달하는 벌금으로 이어진다. 미국과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독일은 낚시 면허를 따기 위해 시험까지 친다고 한다. 수산자원과 해양생태계를 보호하려는 이들의 노력에 놀라면서 동시에 ‘낚시면허’ 뒤에 숨은 내막이 궁금해진다.

사실 캐나다는 30년 전 ‘대구 어장’으로 유명한 그랜드뱅크스(Grand Banks)의 폐쇄를 경험했다. 대구와 청어가 풍부해 세계적인 어장으로 손꼽히던 뉴펀들랜드의 그랜드뱅크스는 1950년대 트롤어선(trawl)이 등장하면서 고갈되기 시작했다. 바닥을 훑어가며 서식지를 쓸어가는 트롤방식의 어업은 수 백 톤에 달하는 대구를 잡아들이고 새끼와 산란장을 무너뜨렸다. 끝없이 계속될 듯한 만선의 풍요는 1980부터 이상 징후를 보이다 결국 1990년 완전 고갈됐다. 캐나다 정부는 1992년 어장을 폐쇄했고, 4만 명에 달하는 종사자들도 직장을 잃었다. 이는 미국의 조지뱅크까지 여파를 끼쳐 인근 어장이 폐쇄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특정 어종의 고갈은 비단 캐나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도 그 많던 쥐치와 명태가 고갈됐다. 이는 어획량의 감소와도 연관된다. 마구잡이 혼획과 남획이 이어지면서 개체수 자체가 급격히 줄었다. 서식지를 파괴해가면서 치어와 알밴 물고기까지 잡아들였던 과거가 이끌어 낸 현실이기도 하다.

여기에 폐어구 등 해양쓰레기와 기후변화까지 더해져 수산자원 고갈 시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해양쓰레기의 30%에 달하는 폐어구는 유령어업(ghost fishing)이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하다. 버려진 폐그물이 바다 중간층을 떠다니며 물고기를 잡는다. 잡힌 물고기는 살점으로 다른 물고기를 유인하고 또 다른 물고기가 잡히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폐그물은 수산자원의 피해로만 그치지 않는다. 선박의 프로펠러 감김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조난 등 해양사고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로 매년 증가세다.

수산자원이 고갈되고 해양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시그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 시행하는 과정이 매년 반복되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어업에 관한 화두와 낚시 면허제 도입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지만 현실 적용은 언제나 그렇듯 더디다. 특히 낚시 면허제 도입은 어업인과 취미 낚시인들의 반목과 갈등으로만 치부될 뿐 해양생태계 전체를 바라보는 판단은 유보된다.

낚시인구가 700만 명을 넘어서고, 낚시 예능이 인기를 끌면서 취미 낚시는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예능에서 소비되는 낚시의 재미와 경제적 이점만 취할 뿐, 취미낚시로 인한 자원 고갈과 해양오염 문제는 논의되지 않는다. 취미낚시로 잡힌 수산물이 우리나라 전체 어획량의 15%가량을 넘어선다는 게 현장의 주장이다. 공식집계가 되지 않아 어림잡은 수치이지만 전문가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낚시에 사용되는 봉돌(낚싯줄 끝에 매다는 작은 쇳덩이)이나 낚시인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양도 결코 적지 않다. 어업인과 취미 낚시인, 관광객 등 누구 하나 무너지는 해양생태계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현미작가
정현미작가

바다는 공유자원이다. 공유자원은 흔히 고전경제학에서 말하는 ‘목초지의 비극’으로 결말이 난다. 누구도 관리하지 않기에, 결국은 버려져 황폐해진다는 논리다. 이에 제3의 대안을 제시, 노벨경제학상을 탄 정치경제학자가 있다.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 그녀는 목초지와 산림, 어장 등 ‘공유의 비극’ 사례를 분석, 해법을 제시했다. 지역 공동체가 나서 공유자원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동시에 자발적인 감시와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는 것. 합리적인 해법이지만 우리나라 현실 적용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의 작은 실천들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SEASPIRACY’는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어업의 이면을 파헤친다. 지속가능한 어업 표준을 획득한 거대 기업들이 실상은 에코라벨만 받을 뿐 불법 현장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태국과 일본, 페루 등 전 세계의 어업현장을 고발하며 상업적인 어업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되묻는다. 해양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거대기업들이 판매하는 수산물의 섭취를 줄여야하지 않을까하고 말이다.

‘역량과 품격을 갖춘 해양선도국가 실현’,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국가비전이다. 역량은 충분한 듯하다. 고출력에 어군탐지기, 위성항법장치 등 첨단화된 어획 역량은 이미 차고 넘친다. 이제는 품격이다. 적어도 금지 어종이나 금어기, 금지체장 정도의 지식을 알고 취미낚시를 즐겼으면 한다. 낚시면허제가 언제쯤 생길지 알 수는 없으나, 제도가 생기 전까지 수산자원이 버텨주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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