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환
들바람
푸른 도화지에
인주 자국 남겼다
두 점
색 고운
자국
그 옆에
눈치 보며 앉아 있는
까치
하늘 도화지에
낙관
두 개.
절제된 발언 뒤에 흐트러짐 없는 여백이 자리 잡고 있는 시다. 단정한 여백은 쌓인 흰 눈을 볼 때 느끼는 깨끗함을 독자에게 느끼게 해준다. 투명해 보이기까지 하는 여백의 깨끗함은 사심을 버리는 마음의 훈련, 사사로움 없는 시선을 유지하려는 시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이 되기’를 통해 그러한 시선은 획득될 수 있다. 현현하는 세계에 대해 새로움과 경이로움을 느끼며 전 존재가 뒤흔들리는 체험으로 이끌 수 있는 아이의 순진무구한 시선 말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