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학사에 있어서 실존 인물 중 가장 명의로 전국시대 편작(扁鵲)을 꼽는다. 사람들은 그를 죽은 사람도 살려낼 정도라고 하여 ‘신의(神醫)’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집안 3형제가 모두 의사였으며 소문을 들은 위(魏)나라 군주가 편작에게 “3형제 중 누가 가장 의술이 뛰어나오?”라고 물었다.
편작은 뜻밖에도 “큰 형이 가장 뛰어나고, 둘째 형이 그 다음이며, 제가 가장 떨어집니다”라고 하였다. 이유인즉 “큰 형님의 의술은 병의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 근본원인을 사전에 제거하여 예방하며, 둘째 형님은 병의 초기 증세를 치료하며, 본인은 중병만 주로 치료하여 침을 꽂고 피를 뽑고 약을 쓰고 수술을 하는 등 법석을 떨기 때문에 유명하다고 하였다.
제조 설비를 정비하는 사람도 의사에 비견 될 수 있다. 설비가 아프면 의사처럼 치료도 하지만 이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활동과 설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제조 공정에서 주체는 사람과 설비이다. 설비의 안정은 생산, 품질, 원가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핵심이며 설비에 이상이 발생하면 조치하기 위해 많은 인력과 자원이 투입되어 비용이 증가한다. 또한 P사의 10년간 재해를 보면 절반 가량이 이상 조치 과정에서 발생하므로 재해예방을 위해서도 설비의 안정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설비관리에 들어가는 총 정비비는 ‘설비신뢰도’와 ‘정비력’에 의해서 결정된다. 설비신뢰도는 설비도입 시 대부분 결정되며 비용이 많이 들수록 신뢰도는 높아진다. 설비 가동 중에는 ‘고장이 얼마나 안나는가’와 ‘고장시 얼마나 빨리 수리하는가’로 신뢰도를 판단하며 지표는 MTBF(Mean Time Between Failures)와 MTTR(Mean Time To Repair)을 사용하고 있다.
설비신뢰도의 대부분은 초기 도입 시 결정되므로 설비 운영 중에 총 정비비를 좌우하는 것은 ‘정비력’이다. 정비력은 인원과 기술력의 관계로 표현한다. 많은 인원으로 기술력이 낮으면 비용이 증가하고, 적은 인원이라도 기술력이 높으면 비용은 줄어든다. 그러므로 총 정비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람의 정비기술력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지도하는 P사의 모 정비부서 리더는 부임 후 조직의 소통과 자신감을 심어 주기 위해 고민하다 사람의 역량 향상에 집중하였다. 5년 이하 저근속 직원은 최근 7년간의 장애사례집을 발간하여 학습과 자율 리포트를 작성하도록 하고, 전문 부서 파견 근무와 전문가 초청 교육은 물론 장인, 명장과 같은 모범 선배 양성을 지속 하였다. 그 결과 학습을 통해 정비기술력이 향상되고 더 많은 문제의 발굴과 개선이 이루어지며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는 선순환 체계가 형성되었고 설비장애율이 0.11에서 0.05로 220% 개선되었다고 한다.
동양 한의학은 사람의 체질과 습관을 바꾸어 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정비인의 역할 중 가장 큰 부분도 설비가 건강하도록 환경과 체질을 바꾸어 고장을 예방하는 것이며 그래도 예기치 못한 이상이 발생하면 빠르게 조치하는 능력으로 그 중심에 정비기술력이 높은 사람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