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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는 총체적 부실 탓

등록일 2022-02-06 18:36 게재일 2022-02-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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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최근 국내 대기업이 건설 중이던 광주의 한 아파트가 무너졌다. 모래성이 무너지는 것처럼 처참했다.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한국건설신화와 자존심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거주공간인 아파트의 붕괴사고는 예전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무너져 내린 것과 분명 결이 다른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왜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것일까? 건설현장에서 붕괴사고는 거푸집공정에서 많이 발생한다. 거푸집이란 콘크리트 타설시 유출 방지 및 타설 후 강도를 발현, 경화하기까지 작용하는 내·외부 환경으로부터 콘크리트를 보호해 형상과 치수를 확보하는 가설구조물이다. 거푸집 붕괴사고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고 다수가 부상당하거나 사망하는 중대재해로 이어진다.

이번 사고를 살펴본 전문가들은 콘크리트의 품질을 우선 지적했다. 최상층까지 콘크리트를 쉽게 올리기 위해 물을 많이 배합해 점성을 낮추었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이렇게 되면 거푸집이 받는 압력이 커지고 콘크리트와 철근이 잘 붙지 못한다고 한다. 사고현장에 콘크리트 가루가 많은 점이 의혹의 핵심이다.

또 콘크리트에 들어가는 자갈·모래 등 골재를 잘못 관리했거나 배합 비율을 제대로 맞추지 않았을 공산도 크다. 콘크리트 강도를 높이기 위해 넣는 혼화제나 시멘트 관리가 부실한 업체 등 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한 업체 10곳 중 8곳이 품질 관리 미흡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곳이었다고 한다. 레미콘업체에서 사용하는 골재에 대한 전수조사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골재의 출처와 강도가 적절한지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부실시공도 큰 문제였다. 통상적으로 14일의 굳힘 과정과 28일의 동바리(공사 중의 중량물을 일시 지지하는 가설기둥)의 설치 기간이 필요하지만, 사고당일 작업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37층까지 동바리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콘크리트 타설 또한 35층은 7일, 36층은 6일 만에 타설 공정을 마쳤다고 한다. 시공과정의 허술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현실이다.

설계는 잘 지켰을까? 광주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는 건축물 뼈대를 보 구조물이 없이 기둥과 슬래브로 구성하는 무량판 구조로 설계됐다. 사업 승인시 6개의 기둥을 세우기로 돼 있었는데 시공 도면에는 기둥이 2개에 불과했다고 한다. 건설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감리과정도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6월부터 3개월에 1회씩 총 11권 분량의 감리보고서가 사업승인주체인 구청에 제출되어 자재, 시공 및 구조안전 모두 적합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붕괴사고를 통해 결과적으로 건축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감리 과정 또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필자는 과거 건축자재중 난연샌드위치패널의 문제점을 알리고 화재에 약한 가짜난연샌드위치패널을 건축현장에서 퇴출시킨 경험이 있다. 공인된 시험기관이 업체에 로열티를 받으며 일반스티로폼과 철판사이를 난연 접착제로 접합한 엉터리 기술을 업체에 넘겨 생산했다. 이를 국토부와 시험기관이 비호하고 현장단속에 제외하는 것도 모자라 불량난연패널 시공 된 곳에 덧대어 시공했다. 이런 심각한 상황을 언론과 경찰의 도움으로 바로 잡을 수 있었다.

건설현장과 건설자재, 건설시공의 문제는 일일이 나열하기가 버거울 정도이다. 건축자재의 부실은 시공을 아무리 잘해도 사고와 직결된다. 건축자재의 품질 기준을 엄격히 지키고 시험기관의 비리를 확실히 바로 잡아야 건설현장의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중요한 인부 수급 문제나 전문성 결여도 심각하다. 인력부족으로 현장 기술직에 숙련되지 않는 인력들이 투입되고 이마저도 인부를 구하기 어려워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들로 충당하고 있다. 오죽하면 불법 외국인들이 없으면 현장이 멈춘다고 할까. 이를 빌미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서로 상대의 현장에 확성기를 단 차량으로 연일 집회를 일삼는다. 주변 시민들이 소음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말이다.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 엄두가 나질 않는다. 정부와 국회는 과거 여러 사고와 마찬가지로 땜질 처방만 할 것이 분명하다. 정부 고위 관계자의 현장방문과 국감 등에서 호통치는 모습 외에 구조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있을까? 국토부는 현재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2달간 운영해 사고원인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한다고 한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지만, 이번만은 원인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이 제대로 나오길 희망해본다.

광주시는 피해자 긴급지원 대책과 겨울철 사용하는 한중콘크리트의 품질관리 강화를 발표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제도개선과 건설현장에 대한 행정지도, 지도점검을 정확하게 했다면 이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국회도 기업에게만 책임을 돌리지 말고 제도개선을 통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데 노력해야한다. 누구의 책임을 묻기 전에 각자 위치에서 다시는 붕괴사고가 나지 않게 노력을 이제라도 시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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