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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봄날을 맞고 싶다

등록일 2022-02-03 18:42 게재일 2022-02-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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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수필가
윤영대​​​​​​​​​​​​​​수필가

쓸쓸한듯 설 명절을 보내고 나니 바로 입춘(立春), 봄의 문턱에 선다. 그러나 아직 진정한 봄은 아니다. 겨울이 끝난다는 느낌을 가슴에 안을 뿐…. 일일 평균 기온이 5~10℃, 최저 영하로는 내려가지 않아야 초봄이 된다. 그러나 우리들의 마음은 벌써 새 생명이 태동하는 첫 계절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의 입춘 절입 시간은 2월 4일 오전 5시51분. 입춘방을 붙이려면 동트기 한참 전인 새벽이라 어렵겠지만 그렇게 해야 복이 온다고 하니 어쩌랴. 작년에는 ‘입춘대길 건양다경’을 붙였으나 올해는 대선도 있고 하니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써 볼까? 아니면 코로나 난리에 우울한 마음을 풀고 문 활짝 열어 마당 쓸며 황금 주워 복 받을 욕심에 ‘개문만복래 소지황금출(開門萬福來 掃地黃金出)’로 할까? 아니, 올해는 검은 호랑이 해이니 호랑이 호(虎)자를 크게 써 붙여볼까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춘첩 붙이는 것이 굿하는 것보다 낫다’는 말도 있으니 먹 갈아 한 장 멋있게 써 붙여야겠다.

중부지방엔 흰 눈이 흠뻑 내려 산과 들을 하얗게 덮어 아름답지만 이곳 동해안에는 건조주의보가 내려져 참한 겨울 풍경을 볼 수 없다. 그러나 입춘에 맑고 바람불지 않으면 풍년이 든다 했으니 만족하자. 새해 첫날 새벽 마을로 나가 처음 듣는 짐승 소리로 그해의 운수를 점친다는 청참(聽讖)의 풍속에는 까치 소리는 풍년과 행운을, 참새의 재잘거림은 흉년과 불행이라고 한다. 선거 바람 타고 들려오는 소리는 까치인가 참새인가? 빌딩 숲속에서는 새소리도 듣기 힘드니 만나는 이웃과 덕담 인사를 밝게 나누어야겠다. 아침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귀여운 꼬마의 배꼽 인사가 바로 까치 소리다.

이제 복조리 풍습도 잊은 지 오래다. 내 서재에는 수년 된 복조리 1쌍이 아직도 걸려있어 또 동전 몇 푼 넣어두어야겠다. 복조리는 쌀을 일어 낱알을 고르듯 그해의 행복을 일상에서 일어 얻어려는 기원이리라. 대나무를 잘게 쪼갠 죽사(竹絲)로 엮어 만들거나 사서 방이나 부엌 귀퉁이, 대청마루 기둥에 달아 돈과 엿 등을 넣어두곤 했지만 지금은 새벽녘에 복조리 사라 외치며 팔러 다니는 장수들도 없다. 올봄에는 밝은 정신으로 복조리 하나 잘 엮어서 나라를 맡길 인재를 잘 골라내자. 봄은 ‘보다’의 어원을 갖는다 말이 있다. 모든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자연과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에 대해서도 밝은 마음과 올바른 눈, 긍정적인 생각으로 내다봐야 하며, 특히 올해는 잘 살펴보아야 참된 봄을 맞을 것 같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봄이라 한다. 봄은 영어로 spring- ‘튀다 솟아오르다’의 뜻처럼 봄기운에 땅이 녹으면 샘물도 힘있게 솟고 식물도 대지의 기운을 끌어올려 새싹을 틔운다. 서설(瑞雪)이 내려 덮인 대지의 껍질을 뚫고 생명의 봄날을 올리는 것이다. 이 계절을 많은 음악가도 아름다운 선율로 노래하고 시인도 따뜻한 마음으로 얘기해 왔다. 봄은 모든 생명의 교향악이기도 하다.

화창한 봄날에 봄바람 살랑 부는 봄동산에 올라 봄나들이 나온 어여쁜 봄처녀가 부르는 봄노래 들으며 봄꽃 한아름 안고 봄맞이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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