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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줍는 노인들…우리 사회 민얼굴이다

등록일 2022-01-27 19:26 게재일 2022-01-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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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네를 다니다 보면 가게밖에 내놓은 빈 상자나 폐지를 줍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겨울 추위 속에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폐품을 거둬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70~80대 노인들이다. 지난 26일 오전 포항영흥초등학교 인근에서 유모차를 끌며 폐지를 줍던 김정자(81) 할머니는 “남편은 몇 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수족을 잘 쓰지 못하고 나도 작년에 큰 수술을 받아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다. 그래도 약값과 반찬값을 벌기 위해 폐지를 주워야 한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요즘처럼 폐지줍기가 힘든 적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갈수록 폐지를 주워 팔아 생활하는 노인이 늘어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이다. 폐지 1kg당 가격이 2020년 말 80원이었으나 지난해 말에는 160원으로 2배 정도 올랐지만, 할머니가 꼬박 일주일 동안 폐지를 주워 손에 쥐는 돈은 1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상황이 비슷하지만 폐지를 줍는 노인들은 대부분 절대빈곤층이며, 상당수는 손자녀 양육비를 벌기 위해 일하고 있다. 조손가족은 현재까지 제대로 된 통계가 없어 현황 파악 자체가 되지 않고 있다. 주변을 보면 분명히 많은 것 같은데 통계가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조손가족은 특히 노인이 유일한 생계부양자이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절반정도가 최저 생계비 이하로 생활하는 빈곤층인데 대부분 기초생활 수급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부양의무자 제도 때문이다. 기초 수급자가 되려면 아들, 딸 등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 능력이 없어야 하는데, 심사기준이 까다로워 대부분 빈곤가족이 탈락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정부는 사각지대에 놓인 이 문제를 공동체의 미래가 달린 현안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집권당 최고위원이라는 사람이 “많은 분이 (윤석열 후보에 대한) 노년층의 맹목적 지지를 염려한다”고 말할 정도로, 노인들을 폄하하고 있으니 노인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정책이 나올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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