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예약 5분 만에 100여명 꽉<br/>의자 챙겨와 밤 지새는 손님도<br/>코로나 장기화 보복소비 영향<br/>구매 도와주는 대행 알바까지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상품 매장으로 쇼핑을 하기 위해 달려가는 행위가 일상이 되고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를 고가의 물품을 구입해 해소하는 일명 ‘명품 보복 소비’가 새로운 문화로 정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천만원의 고가 브랜드의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밤을 세우는 것은 물론, 알바 대행까지 고용하고 있다.
대구지역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대구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오픈런(open-run)’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샤넬(CHANEL), 에르메스(HERMES) 등 지역에서 유일하게 입점해 있는 명품 브랜드가 있어서다.
이곳 백화점은 평일에도 오픈시간인 오전 10시 30분에 맞춰 지하 주차장 에스컬레이터에서부터 줄을 서서 명품매장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명품관과 이어진 통로에는 미리 준비한 의자를 가져와 밤을 지새우는 손님들도 종종 포착된다.
지난 18일 오전 10시 30분 백화점을 방문하니 명품관 직원들이 고객들을 상대로 태블릿 PC로 대기 예약을 시작했다. 5분도 되지 않아 매장 1곳당 100여명이 줄을 섰다.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엘레베이터를 타고 이동한 한 여성은 줄을 섰지만, 대기번호가 109번이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고객 조모(38·여)씨는 “오픈런이 있다고 들었지만, 예물을 구입하기 위해서 처음 도전해봤는데 상상을 초월했다”면서 “109번이라는 대기번호를 받았고 내 순서가 되려면 오후 3∼4시쯤은 돼야 매장을 입장할 수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물건을 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 김모(34·여)씨는 “몇 번을 와서 시도했지만, 물건 구매 성공은 없었다”며 “어떤 매장에 물건이 풀린다는 정보가 전혀 없으니 이렇게 몸으로 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줄을 대신 서서 물건을 구매해주는 알바 대행도 점점 늘고 있다. 각 브랜드 별로 차이는 있지만, 한 고객이 일년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횟수를 한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하루를 모두 소진해야 매장을 방문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이들은 알바를 통해 정해놓은 물건을 대신 사도록 수수료를 주고 고용하고 있다.
명품을 찾는 이들의 소비 심리가 이런 현상을 만들고 있지만, 일부 명품 브랜드는 이러한 소비 심리를 이용해 무차별 가격 인상을 벌이고 있어 문제를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프랑스의 명품브랜드인 A브랜드는 인기 제품에 대한 가격을 2개월 사이 2회나 인상해 빈축을 샀다.
A브랜드 관계자는 “다른 주요 럭셔리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우리 브랜드도 제작비와 원재료가 변화 및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해 가격을 정기적으로 조정한다”며 “이번 조정은 브랜드가 운영되는 모든 마켓 간 가격차이를 제한하기 위해서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 트렌드로 등장한 오픈런과 리셀(Resell·재판매)족 열풍에 제품 가격이 치솟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가 끝나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김재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