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읍내를 관통하는 용전천변에 용비암이 솟아있다.
옛 아낙이 새벽 빨래를 나왔다가 용을 보았다는 곳이다. 승천하는 용을 보고 소리를 지르는 통에 용은 떨어져 바위가 되고 용이 흘린 눈물은 용전천을 이루었단다. 20여 미터의 바위 절벽은 어진 왕비를 낳은 바위란 뜻으로 현비암으로도 불린다. 용비암 너머 덕천이 세종 임금의 비를 지낸 소헌왕후의 관향이기 때문이다.
용비암과 마주한 곳에 소헌왕후의 여덟 왕자들이 세웠다는 보물 제2049호 찬경루가 우뚝하다.
겨울 한가운데 용비암은 인공빙벽으로 단장하고 지나는 객을 맞는다. 중년 부부가 빙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멀리 청주에서 얼음 덮인 용비암을 보러 한달음에 달려왔단다. 제대로 겨울을 즐길 줄 아는 멋진 사람들이다.
겨울에 보는 용비암은 승천하는 용을 닮았다. 가까이 가면 용울음 소리 들릴 것 같다.
용비암 아래 넓은 얼음판이 햇빛을 받아 용의 비늘처럼 반짝인다. 두꺼운 얼음 아래 승천을 기다리는 용이 살고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 겨울이 가기 전 승천하는 용을 보러 길을 나서보는 건 어떨까.
/박월수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