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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믈라마칸 철새(부분)

등록일 2022-01-05 20:18 게재일 2022-01-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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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타림 강가에서 목을 축이고 떠나가는 여정

이 어스름, 어느 먼 곳에 정복할 땅이 있어

새들은 떠나가고 있을까

새들이 떠난 자리 누워있는 풀들이 몸을 가누고 있었다

여전히 강물은 흐르고

어디선가 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마른 가슴뼈 속으로 하룻밤 묵어갈 바람의 영혼이 찾아들었다

타클라마칸 모래바람이 더욱 세차게 불어오고 있었다

나는 가슴뼈 게르 속에서 하룻밤 묵어가기로 했다

“바람의 영혼”을 가슴으로 맞이한 시인은 새들의 둥근 가슴뼈처럼 생긴 “게르 속에서 하룻밤 묵어가”리라고 결심한다. 이 결심은 저 강가에서 뒹굴고 있는 철새들의 가슴처럼 그의 가슴도 바람으로 부풀어 올랐음을 의미한다. 그 ‘게르’는 봉분을 연상시킨다. 죽음에 다다를 새들의 둥근 가슴뼈는 곧 그 새들 자신의 무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무덤은 적막하지 않다. 바람의 영혼과 함께 할 테니까 말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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