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쳇바퀴 속에 세월은 또 한 겹의 나이테를 감아가고 있다. 시간이야 늘 영구히 쉬지 않고 길을 가는 나그네(百代過客)처럼 가고 오는 것이지만,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누구나 담담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주변과 지난날을 돌이켜보게 된다. 과연 지난 한 해 동안 마음먹고 뜻한 바들을 얼마나 이루고 노력했는지에 대한 점검과 정리를 하는, 대체로 회고와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는 성찰의 시간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2021년은 파란과 질곡의 나날이었던 것 같다. 거침없는 코로나의 신음에 연초부터 시작된 백신 접종으로 한 가닥의 희망과 안도를 주는 듯했으나, 교묘한 변이종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몇 차례 요동치더니 세상은 갈수록 험난해지고 도탄에 빠져가는 듯하다. 거기에 잠재적인 기후변화로 가뭄과 화재, 태풍과 홍수에 휩싸이는가 하면, 내전과 분쟁, 갈등과 경제난민으로 세계는 슬픔과 참혹함이 극한의 상황으로 치달아 공존의 지혜와 가치마저 위협받는 혼돈과 딜레마에 봉착해 가고 있는 형국이다. 어쩌면 자연의 경고(?)같은 수많은 이변과 백신 약화가 인류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건 아닌지 씁쓸해지는 연말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착잡해지는 마음을 감출 길 없다. 연초의 계획과 목표를 향해 얼마나 열심히 달려왔는지, 그래서 어느 만큼 자신을 꾸준한 각도로 변모시키며 꿈의 현실화에 근접시켜 왔는지 가늠해 본다. 대부분이 달성보다는 미진함이, 만족보다는 아쉬움이 많기에 몸과 마음을 추스려 부족함을 가다듬고 새로워진 각오로 새날에의 꿈을 다시 그려보는 것이 아닐까?
‘그때 그 사람이/그때 그 물건이/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더 열심히 파고들고/더 열심히 말을 걸고/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더 열심히 사랑할 걸….//반벙어리처럼/귀머거리처럼/보내지는 않았는가/우두커니처럼…./더 열심히 그 순간을/사랑할 것을….//모든 순간이 다아/꽃봉오리인 것을/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시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중
사람이 살다 보면 더해서 좋아지는 일들이 많은가 하면 덜해서 좋아지는 일들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기쁜 일이나 좋은 생각에 ‘더’를 보태면 더 즐거워지고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하고 더 아름답게 더 웃음 지으며 작지만 더 소중하게, 적지만 더 감사하게 더 참고 더 긍정하고 더 노력하다 보면 분명 더 좋은 일들이 더 늘어나게 된다. 반면 꺼리는 일들에 ‘덜’을 붙이면 덜 아프고 덜 슬프고 덜 힘들고 덜 어렵고 덜 실망하고 덜 불안하고 덜 포기하고 덜 욕심내면 필경 고비가 줄어들고 위기가 덜해질 것이다.
과연 자신은 한 해 동안 무엇을 더해왔고 어떤 것을 덜해 왔는지 되새겨볼 일이다. 좀 더 나누고 베풀며 더 겸손하고 더 양보를 했는지, 아니면 좀 덜 시기하고 비난하며 덜 차지하고 덜 교만했어야 했는지 곰곰이 파고들어 새날을 기약해볼 일이다. 세월은 무심치 않고 인생은 덧없지 않아 연륜과 지혜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