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가 만났다<br/>박재홍 피엠그로우 대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지구인의 과제가 된 탄소중립,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기차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고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의 생산과 재사용, 관리는 또 하나의 과제다. PM그로우는 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에서 관리하고 재사용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배터리를 관리하고 재사용함으로써 환경 문제와 에너지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젊은 기업인. 박재홍 PM그로우 대표는 포스텍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학위를 받고 기업인이 되어 포항에 돌아왔다. 국가와 인류 사회 발전에 필요한 과학 기술로 산학연 협동의 구체적 실현을 통해 사회와 인류에 봉사한다는 포스텍의 건학 이념을 실천하는 모범생이다. 연어가 모천으로 돌아온 것처럼.
기업 경력 21년의 중견기업인, 그의 목표는 전기차 시대 배터리를 편리하게 사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장차는 전기 분야에 IT시장을 여는 것이다.
블루밸리 국가산단 위치한 ‘PM그로우’
전기차 배터리 생산·관리·재사용 맡아
차세대 에너지 핵심 선도기업으로 도약
탄소중립 시대, 현재 전기차 보급 2% 대
우리나라 전기·배터리량 등 중요한 변수
교통·인력 접근 높은 포항서 기여하고파
- 수도권을 두고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 배터리 재사용 전용공장을 세웠다.
△여건이 배터리 재생공장을 설치하기에 아주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포항은 신재생에너지의 도시이고 또 배터리특구로 지정돼 있다. 블루밸리는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재생 배터리 공장을 설립해서 운영하기에 적합하다. 교통 접근성도 뛰어나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구하는 데도 유리하다. 내가 공부했고 사랑받았던 포항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다.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 PM그로우는 어떤 회사인가.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관리 부문 선도기업이다. 현재 경기도 의양시 인덕원 IT밸리에 본사를 두고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 용인에 공장이 있으며 직원 50명에 매출 150억원을 올리고 있는 차세대 에너지 핵심 분야 기업이다.
이차전지, 배터리, EMS, RE-USE, ESS, BaaS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전주기에 걸친 사업으로 전방 사업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 및 운영, 후방사업으로는 잔존 성능평가, 리유즈 제품 제조 및 운영, 서비스 플랫폼 사업으로는 렌트카 케어, 데이터 관리 등을 하는 전기차 서비스 플랫폼이다.
- PM그로우의 목표는 전기 자동차의 배터리를 관리함으로써 전기 자동차 전체의 이용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나.
△‘전기차 배터리는 빌려 쓰는 것이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고객들이 편리하게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회사로 보면 된다.
PM그로우는 단순히 전기 배터리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회사를 넘어선다. 배터리에 IT를 입힌 차세대 기업이다. 자동차 배터리 팩에 내장된 IT기술로 전기자동차의 핵심인 배터리의 사용수명, 고장관련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관리해주는 사업이다. 비싼 자동차 배터리를 우리가 사서 소비자에게 임대료를 받고 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관리료를 받는 것이다. 비싼 배터리를 우리가 사 주고 관리까지 해주니까 차량 소유주도 부담이 없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은 배터리다. 이건 내연기관 자동차는 엔진 미션 등 복잡한 구조인 데 반해 전기차는 배터리와 모터의 단순한 구성이고 특히 배터리가 핵심이다. 이 배터리가 버스는 1억원, 승용차의 경우 2천만원 정도로 차량 가격의 30~40%를 차지한다. 또 배터리는 수시로 전기를 충전해 주어야 하고 수명이 다한 배터리는 교환해야 한다. 전기차에서는 주행거리가 중요하다. 배터리 성능의 75% 정도가 남을 때 배터리를 바꿔줘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우리 회사의 임무다. 전기차 배터리에 센서를 달아서 실시간 모니터링 함으로써 부품의 성능이나 수명, 앞으로의 고장 여부 등을 관리해주는 것이다. 배터리 팩은 IT기술이다.
- 한국전기차산업협회장도 맡고 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지구 온도를 1.5도 이내로 줄이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치자. 그렇다고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을 중단하는 사태가 과연 올 것인가. 현재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는 어느 정도인가.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시대 과제이다. 우리나라도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벤츠가 203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만 생산키로 했다. 굼뜨던 일본 도요타도 2035년부터 전기차 생산을 위해 17조원을 쏟아 붓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대형 트럭은 수소차로 바뀔 가능성이 있지만 일반 트럭이나 승용차 버스는 전기차로 바뀌어갈 것이라는데 자동차업계나 학계에서 이견이 없다. 현재 2% 정도인 전기차가 2030년이면 25%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전기차로 전환하면 우리 사회가 모든 분야에서 큰 전환이 이어질 것 같다. 가장 큰 변화는 어떤 것이 있겠나.
△우선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해야 한다. 전기차 보급률이 30%가 되면 전력이 블랙아웃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전기버스 1대가 300KW, 승용차가 60KW의 전기를 필요로 하는데 가정집의 하루 전기 사용량이 평균 5KW다. 전기버스 1대가 하루 2번 충전하면 이는 120가구의 전기량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또 전기차가 보급되면서 기존의 차량 정비 시스템이 모두 쓸모없어 진다. 전기차 관리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중고차 시장과 보험회사도 전기차 시장에 맞춰야 한다. 도대체 전기를 얼마나 쓰고 또 배터리 용량이나 수명이 어떻게 되는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산업구조도 배터리 충전에서 운반 이동 장착 등 많은 변화가 뒤따를 것이다.
-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어떻게 전기 에너지 관련 사업을 벌이게 됐나.
△처음엔 IT관련 기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벤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때 역할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한전이 독점하고 폐쇄적이던 전력이 2011년 합리화 계획을 내놓고 개방을 시작했다. 전기계통의 사업을 하면 전기를 한전에 납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전기에 IT를 접목한 기업을 생각한 것이고 그것이 PM그로우다. P는 Power로 힘은 곧 전기를, M은 Management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IT출신으로서 모든 제품은 완벽한 것은 없으니 데이터로 전기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로우는 성장을 의미한다.
- 초기 비용이 만만찮을 것인데, 창업자금 마련에 어려움은 없었나.
△벤처 기업의 초기 비용은 당연히 부담해야 한다. 사업성만 비전이 있으면 많은 금융 자본들이 투자해준다. 내가 보기에 많은 캐피탈(금융 자본)이 대기하고 있더라. 문제는 그때까지 그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는 거다. PM그로우는 버스나 택시 회사들로부터 배터리를 사면서 그 담보물이 있고 또 그 관리에 따른 수익이 있기 때문에 국내 유수의 금융 자본들이 투자를 해 어려움을 극복해냈다. 또 그들은 우리 기업의 비전과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본 것이라고 생각한다.
- 처음 IT 기업을 창업해서 꽤 성공했다. 계속 할 수는 없었나.
△2001년 처음 기업을 시작할 때 IT 분야 ‘유라클’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직원 250명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규모가 커지면서 내 회사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맞춰가야 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술료를 제대로 지불해 주지 않았던 것도 이유였다. 은행 같은 곳에 프로그램을 납품해도 제값을 받지 못하니 10년 만에 접었다.
그 때 송도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 3천500세대에 납품할 기회가 생겼다. 붙박이 냉장고처럼 인바디 프로그램인데 개인의 체력측정을 통해 맞춤형 운동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당 100만원 받던 것을 3개당 500만원을 받았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유형의 하드웨어에 장착해야 값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포스텍 1회 졸업생으로 1호 박사다. 왜 학문의 길을 두고 창업의 길로 들어섰나.
△포스텍 1회 입학생이자 포스텍에서 석 박사를 마쳤고 목표는 교수가 되는 것이었다. 박사 후 병역특례로 대기업을 갈 때 많은 곳을 제쳐두고 현대전자를 선택했다. 과장으로 들어가서 차장으로 나왔다. 나중에 교수 할 거니까 4년 동안 시키는 일만 하지 말고 내 일을 찾아 다양하게 경험하고 싶었다. 현대에서 처음 2년은 시스템 개발 팀장으로, 마지막 2년은 당시 이슈가 됐던 이동통신 3G 표준화 관련 업무를 맡았다. 표준화는 미리 몇 년 앞을 내다보고 벌이는 전쟁이다. 지금은 5G시대지만 당시 삼성이나 현대 모두 퀄컴에 로얄티를 주고 있었고 통신사들이 서로 자기네 특허로 시스템을 장악하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지던 시기였다.
그 때 핸드폰에 인터넷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01년 병역특례가 끝나고 나오니 한 친구가 ‘벤처 같이 하자’고 제안해 왔다. 그 때는 벤처 붐이 식어들 때였지만 ‘군 특례로 경험을 쌓았으니 내 인생에서 2년은 바치자’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현대전자에서의 경험을 살려 유라클을 창업했다. 대기업은 지정된 항로를 갈 수밖에 없는 항공모함이라면 벤처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작은 함정이라고 생각하고 창업했다.
- 포스텍 창업자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이 10주기를 맞았다. 생전 박 회장과의 인연이나 기억나는 일화가 있나.
△당연히 많은 만남이 있었다. 특히 대학과 우리 사회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대단하신 분으로 기억한다. 졸업 후 총동창회 부회장이었던 시절 박회장님에게 ‘앞으로 저희들이 어떻게 살기를 바라느냐’고 물었다. 그 때 박 회장님은 ‘각자 능력을 개발해서 세계적인 인재가 될 것’, ‘서로 도와 더불어 살아갈 것’, ‘주변에 많은 기여를 할 것’ 등 세 가지를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특히 세 번째 기여에 대한 말씀에 우리는 많은 감동을 받았다.
- 기여를 이야기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고 있나. 지금 블루밸리에 공장을 설립한 것도 그 한 예로 봐도 되겠나.
△그것도 포함된다. 포스텍 졸업생이 4천400명 정도 된다. 기업인이 300명 정도다. 그 중 100명 정도가 APGC(포스텍동문 기업인모임) 회원이 100명이다. 이제 포스텍 동문은 창업하면 주식 1% 기부운동을 벌이고 있다. 나도 벌써 몇 억을 냈다. 이제 동문재단이 설립됐고 앞으로는 우리가 지역과 모교를 위해 지금보다 훨씬 크고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경우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