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촉발지진 4년! <br/>범시민대책위 활동 평가 대담
2021년 12월 7일 오후 2시 포항시청 옆 문화복지동 대잠홀.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포항지진 피해주민, 역내 기관단체장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 활동 시민보고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포항지진특별법 제정 등 그동안의 범대위 활동을 시민들에게 보고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본지는 이대공(애린복지재단 이사장), 김재동(전 포항상의회장), 공원식(포항지역발전협의회장), 허상호(삼도주택 회장) 등 4명의 범대위 공동위원장을 초대해 3년간에 걸친 범대위 활동을 평가하는 자리를 가졌다.
일시: 2021년 12월 8일 오후 2시 경북매일 소회의실
참석자: 이대공·김재동·공원식·허상호 범대위 공동위원장
사회: 본사 박진용 편집인
이대공 애린복지재단 이사장
국내 지진 평균발생 17분의 1 안전지대였던 포항
지열발전소 건설 주체 무리한 사업 강행에 희생
실효성 있는 피해구제 역할 끝까지 소홀히 않고
특검 등 재조사 요구, 책임자 처벌에 매진할 터
김재동 전 포항상의회장
특별법 발의 후 7개월만의 法제정 전례 없던 일
범시민결의대회 등 한마음으로 노력한 결과
피해구제 피지급 한도 없애기 발빠른 조치 필요
진상조사 제대로 끝내 ‘지진백서’ 완결시켜야
공원식 포항지역발전협의회장
포항지열발전과의 연관성 줄기차게 제기
상임위 논의 이끌어내며 특별법 제정 성과로
‘지진안전센터 건립’ 예산 20억원 국회 통과
디딤돌 삼아 세계지진연구 중심지 도약 기대
허상호 삼도주택 회장
지열발전 관련 주장 관철엔 ‘포발협’ 공로 커
상경 투쟁 당시 부족한 시민 참여 아쉬움 남아
향후 핵심 활동은 ‘영일만대교 건설 조기 착공’
주요 지역현안 사업 해결에 역량 모아 나갈 것
-사회 = 반갑습니다. 연말이라 바쁘실 텐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년 11월15일에 포항지진이 일어난 지 4년이 넘었습니다. 먼저 지난 3년간의 범대위 활동에 대한 총괄적인 평가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촉발지진을 계기로 포항 지역의 지반이 불안정하지 않느냐는 일부의 우려에 대한 평가도 곁들여주시고요.
△공원식(이하 공) = 이번 포항의 재난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과학에 대한 무개념이 빚어낸 인재였습니다. 촉발지진의 과학적 입증을 해주신 이진한 고려대 교수는 시민보고회에서 특별상을 받은 뒤 남다른 수상소감을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인공지진이라고 주장한 후 적지 않은 압력을 받았지만 포항시민들의 성원이 끝까지 견뎌 낼 수 있게 하는 힘을 주셨다”고 말해 가슴 뭉클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이진한· 김광희 두 교수 분과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강덕 포항시장의 노고에 치하를 드리고 싶습니다. 또 정부가 ‘포항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으로 발표할 수 있기까지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이대공(이하 이) = 지난 포항지진 발생 이전 38년 간 국내 지진 발생 건수는 총 1천660건입니다. 그 중 포항 북구 발생 지진은 7건에 불과합니다. 국내 전체 발생 평균건수의 17분의1 선에 머물 정도로 포항은 지진 안전지대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지진에 취약한 동해안과 태백산맥에 걸친 단층을 자극하는 일을 벌여서는 안 됩니다. 지질특성상 단층 사이에 다량의 물을 주입하면 압력이 높아지고 그것이 지진을 촉발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포항지열발전소 건설 주체는 사업 MOU(양해각서)를 체결할 당시 미진이 발생하면 사업을 중단한다고 명시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63차례의 미진을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해 결과적으로 포항시민들에게 크나큰 재산피해와 생활피해를 일으키게 된 것입니다. 포항 지진은 한 마디로 인재(人災)로 규정돼야 마땅합니다.
- 사회 = 범대위 활동 3년을 회고해보면 성과가 있었던 부분과 아쉬웠던 부분이 있으실 텐데요.
△김재동(이하 김) = 포항지진특별법이 발의된 후 7개월 만에 신속 제정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한 결과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범대위 대책위원들과 여· 야 정치인, 국회나 세종시 등 상경 집회에 빠짐없이 참석해 목소리를 높였던 포항시민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특히 범대위 출범 직후인 2019년 4월 2일 포항 육거리에서 열렸던 ‘포항지진특별법 제정 촉구 범시민 결의대회’에는 3만여 명이 운집했는데 해방 이후 최대 도심지 집회가 아니었나 여겨집니다.
△공 = 공동위원장 4명 모두가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포항지진 발생 당시 정부에서는 자연재해로 규정했지만 지역사회와 지역 정치권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이진한· 김광희 두 분 교수의 인공지진이란 주장이 있고 나서 ‘11·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을 만들어 포항지열발전과의 연관성을 줄기차게 제기함으로써 결국 정부조사연구단이 ‘촉발지진’으로 결론 내리게 된 것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던 국책사업을 정부 스스로 조사해서 ‘귀책사유가 정부’란 판단을 내린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범대위의 가장 큰 성과는 특별법을 만들어낸 일입니다.
△허상호(이하 허) = 포항지역발전협의회(포발협)의 역할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지열발전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뒤 포발협은 발 빠르게 국회 기자회견, 시민결의대회, 연관성 보고회 등을 잇따라 개최해 정확한 원인 규명을 촉구하는 등 정부를 압박했습니다. 그러나 특별법 및 시행령 제정을 위해 상경 투쟁을 벌일 때 시민들의 참여의식이 다소 부족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 사회 = 범대위 활동 중 가장 중요한 성과가 특별법 제정이라고 하셨는데,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공 = 특별법 제정 방법을 놓고 처음부터 여· 야의 입장이 달랐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별도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했고,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상임위에서 논의하자고 했습니다. 결국 상임위로 결정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앞으로는 국회, 여· 야 당사, 세종로, 청와대 등에서 시위를 벌이고, 뒤로는 여· 야 국회의원들을 개별로 만나 특별법 제정 설득 작업을 벌여야 했습니다. 지역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을 앞세워 민주당의 이해찬 당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홍의락 포항지진대책위원장,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당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이종구 산자위원장 등을 일일이 찾아가 어렵게 설득작업을 벌여야했습니다.
△허 = 지난 8월말로 피해구제 신청이 만료되었는데, 모두 12만6천건이 접수돼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신청 건수가 당초 범대위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이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특별법이 없었다면 일일이 소송을 통해 피해구제를 받아야 할 것이고 피해자가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등 소송 진행에 대한 부담과 몇 년의 시간투자를 강요하는 꼴이 됐을 것입니다.
- 사회 = 피해구제 범위와 한도를 놓고 정부와 적지 않은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범대위 입장에서 피해구제는 만족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공 = 피해구제 지원 규모를 놓고 정부는 당초 60% 정도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경북도와 포항시가 부담하도록 밀어붙인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범대위가 즉각 여기에 반발하자 정부는 부담률을 70%로 올렸습니다. 정부귀책이라는 사건의 본질을 들어 또 다시 수용거부 의사를 밝히자 최종적으로 정부가 80%, 포항시와 경북도가 각각 10%씩 해서 100% 피해구제가 된 것입니다. 요즘 지원금을 받게 된 포항주민들이 범대위의 노력이 없었다면 실질적인 피해구제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감사 인사를 할 때 뿌듯한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이 = 일부 아파트 피해 주민들은 지진 이후 피해보상 금액이 턱없이 적다며 포항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패소했습니다. 하지만 특별법에 따라 세대별로 차이가 있지만 실질적인 피해구제가 이뤄졌습니다. 또 소파(小破) 판정을 받은 아파트도 피해구제심의위원회의 현지 조사를 통해 전파(全破) 판정을 받는 등 피해구제의 실효성이 높아졌습니다. 범대위는 피해 주민들에 대한 피해구제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계속 지켜볼 계획입니다.
△김 = 피해구제와 관련해서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종교시설, 어린이집 등에 대한 피지급 한도를 없애는 조치가 긴요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개인에 대한 피해구제와 더불어 지역경제 활성화 등 특별 지원대책 역시 중요하게 다뤄져야할 문제이나 정부의 관심이 부족합니다. 내년 예산 중 포항지역 경제활성화와 공동체 회복 사업에 총 8건, 2천578억원이 확보됐지만 영일만대교 등 굵직한 사업이 빠져 있어 포항시민들의 실망이 큽니다. 정부의 전향적인 조치를 기대합니다.
- 사회 = 보통 대형 재난사고가 발생한 뒤에는 그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기념시설물이나 재난체험관 등을 만들기도 합니다. 포항 지진과 관련해서는 어떤 사업계획이 있으신지요?
△공 =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이 포항지진의 원인이잖습니까. 이 부지가 개인소유였는데 정부가 매입했습니다. 그곳에 지진 안전 센터를 건립할 예정입니다. 관련 예산 20억 원이 올해 국회에서 통과됐습니다. 이를 디딤돌 삼아 권위 있는 지질학 세계 석학을 초빙해 자문을 구하고 연구 세미나, 컨퍼런스 등을 열고자 합니다. 포항이 세계 지진연구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도 하나의 성과로 볼 수 있겠습니다.
- 사회 = 지난 여름 정부의 진상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범대위가 즉각 수용 거부의사를 밝혔는데, 그 배경을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 = 정부 진상조사위원회가 지난 7월29일 일방적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범대위와 피해 주민들의 생각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었습니다. 범대위는 즉각 수용거부 의사를 밝히고 특검 등 재조사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까지 범대위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은 진상조사위가 조사결과를 내놓은 만큼 속도감 있게 조사를 마무리해 책임자 처벌 등 조치가 이뤄지게 해야 할 것입니다.
- 사회 = 최근 범대위의 활동을 한 눈에 알리는 백서를 발간하셨는데, 발간의 의미를 정리하신다면?
△김 = 포항지진은 1945년 해방 이후 포항에서 일어난 가장 큰 재난입니다. 포항시민들이 이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당하고도 자포자기하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해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이 과정을 후세에 남겨야 한다고 판단해 백서를 발간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백서는 아직 완결판이 아니라고 봅니다. 진상조사와 피해구제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두 활동이 종결된 후 완결판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 사회 = 포항 시민들이 범대위의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한 궁금증이 있을 것 같습니다.
△허 = 공동위원장 4명 모두 바쁜 사람들임에도 자신의 일보다 범대위 활동에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범대위는 최근 정부에 지역경제활성화 특별지원사업으로 영일만대교 건설사업의 조기 착공을 요구했습니다. 동해안 교통과 물류, 포항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 사업의 조속한 추진이 절실하나 20여년 전부터 역대 정부들이 쥐꼬리 용역예산만 편성하며 공사 눈가림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서해안이나 남해안 연육교 건설에 비해 너무나 지지부진합니다. 범대위는 앞으로 이같은 지역 현안사업 해결을 위해 역량을 모아나갈 것입니다.
- 사회 = 장시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 /김주형기자 mirae570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