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림
1월은 바싹 여위었다
아침도 저녁도 아니다
누군가 1월의 벌거벗은 미라들을 나무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미라의 찬 몸을 두 팔로 안으면 가슴이 뛴다
죽은 몸에서 강물 소리가 들린다
여윈 몸에 커다란 구멍을 가진 나무와 사귄 적이 있다
그의 구멍 속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으면
죽은 별들이 칠흑에 빗금을 그으며 쏜살같이 달아나는 것이 보였다
1월의 찬바람에 떨며 말라가는 존재자들은 ‘벌거벗은’ 삶 그 자체를 드러낸다. 저 “바싹 여”윈, “벌거벗은 미라”와 같은 겨울나무 역시 그렇다. 시인은 이 나무의 죽은 몸을 “두 팔로 안”고는 그 나무 속 커다란 구멍 속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몸으로부터 지나간 강물 소리와 지나간 별들의 행적을 보게 되는 시적 순간을 맞이한다. 벌거벗은 타자를 포옹할 때 가슴 뛰는 신체적 변화와 함께 시는 발현될 수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