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오지 않는 잠을 부르러 강가로 나가
물도 베개를 베고 잔다는 것을 안다
물이 베고 잠든 베갯머리에는
오종종 모인 마을이 수놓아져 있다
낮에는 그저 강물이나 흘려보내는
심드렁한 마을이었다가
수묵을 치는 어둠이 번지면 기꺼이
뒤척이는 강물의 베개가 되어주는 마을,
(….)
물이 새근새근 잠든 베갯머리에는
강물이 꾸는 꿈을 궁리하다 잠을 놓친 사내가
강가로 나서고 없는 빈집도 한 땀,
물의 베개에 수놓아져 있다
이 시의 리듬은 밤에 보는 잔잔한 강물의 흐름처럼 고요히 어딘가에 스며들었다가 나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고요하게 흐르는 음악처럼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리듬을 통해 각각의 사물들은 서로 어우러지고 갈등 없이 공존한다. 강의 베갯머리에 수놓아진, 마을의 이 평온히 공존하는 사물들은 뒤척이는 강물을 편안하게 잠들게 하고, 강가 마을의 밤풍경은 시적인 무엇으로 승화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