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몸과 마음을 버려야만 비로소 머물 수 있는 곳
아내의 따뜻한 손에 이끌려
용인 천주교 공원묘지와 시안에도 들렀다
내 생의 마지막 투병하는데
절두산 부활의 집을 계약했다고 한다
신혼 초 살림 장만하듯 아내와 반겼다
절두산은 성지순례로 가족과 들렸던 곳
낮은 나에게도 지상의 집을 사랑으로 주셨다
머리가 없는
목 잘린 순교의 산
오, 나도 드디어 못 하나를 얻었다
무두정(無頭釘)
부활의 집 지하 3층에서
망자와 함께 이제사 천상의 집 지으리라
지금은 돌아가신 김종철 시인은 삶의 마지막을 순교 성지 절두산에 있는 부활의 집에서 맞이하려고 했던 것 같다. ‘절두산’은 대원군에 의해 천주교 신자가 목이 잘려 순교(병인박해)한 곳이다. 시인은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면서, 순교자들처럼 머리가 없는 무두정 같은 못을 마지막으로 얻게 되리라 기대한다. 그럼으로써 시인은 위의 시를 통해 무두정의 이미지로 부활하여 살아 있는 독자들의 마음에 박힌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