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이젠 달랑 한 달만 남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조마조마 위태위태 살얼음판 걷듯이 지내온 날들이 어느새 이다지 빨리 지나고 말았는지, 바람결 같은 세월의 흐름이 새삼 느껴진다. 들녘 길섶의 노란 야국(野菊)이 늦가을의 자락을 애써 잡는 듯해도, 서걱이는 몸짓으로 잔추(殘秋)를 배웅한 억새는 희디흰 손을 자꾸만 흔들어대고 있다. 늦은 가을이지만 늦지 않고, 또한 무엇이 거리낌이 있겠는가(晩秋不晩 又何妨)? 늦으면 늦은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그냥저냥 굴러가고 흘러가는 것이 세상의 시류가 아닐까 싶다.
변화하는 일상들에 조금씩 익숙해져가는 나날이다. 낯설고 물설은 일들이나 환경도 시간이 흐르고 하나씩 접하다 보면 조금씩 적응이 되고 달가운 모습으로 다가와, 어쩌면 당연한 듯 새로운 일상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마치 꽃향기나 어물전의 생선냄새를 맡고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다 보면 그 향이 이미 자신의 몸 속에 들어와 잘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환경과 여건에 자신도 모르게 움직이고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며 변화와 모색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리라. 천변만화하고 만상갱신(萬狀更新)하는 세상인데 어찌 변화를 거부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분명 많이 달라진 세상에 살고 있다. 언제부턴가 물을 사서 마시고 파란 하늘이 그리워지는 미세먼지에 시달리는가 하면, 희대의 감염병으로 온 지구촌이 신음하며 불안과 암울의 안개에 갇힌 채 살아가는 듯하다. 환경은 이렇게 시시때때 변화하기 마련이고 세상만사가 녹록치 않음을 일깨워주기에, 우리는 이런 때일수록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변화에 대응하고 이변에 적극적이고 긴요한 자구책을 마련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위협과 위험은 늘 있어왔고 모험과 위기극복은 동변상련의 마음으로 늘 함께 이겨 나가야 한다.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일상회복을 위한 ‘With 코로나’를 시행한지 한 달, 예견된 일이었지만 일일 신규 확진자가 4천명을 넘어서고 사망자, 위중증자가 역대 최다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생활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며 방역 전환의 인식과 필요성, 생업 다중시설의 제한 완화, 방역 패스, 재택치료, 사회 경제적인 효과 등 위드 코로나로 가는 여정의 평형점을 찾기에는 아직도 숱한 난항이 있어 보인다. 기대와 우려 속에 출발했지만 두려움과 고민을 떨쳐버릴 수 없는 난국이다. 기본적이고 치밀한 방역의 토대 위에 높은 백신 접종률, 그리고 국민들의 자율적인 참여와 굳건한 의지가 순조로운 위드 코로나 일상의 관건이 될 것이다.
위험을 범하고 모험을 시도하면서 도전과 성취의 역사를 쌓아온 인류에게는 코로나19가 크나 큰 시련이고 고비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자신의 변화와 주변의 개인 방역, 안전하고 철저한 방역지침을 지키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단순히 예전의 일상을 회복하는 차원이 아니라, 더 안전하고 더 나은 일상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패턴을 정립해야 한다. 어쨌든 삶은 계속되고 앞으로 나아가길 원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