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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보터의 표심:공정과 실용

등록일 2021-11-22 19:13 게재일 2021-11-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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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스윙보터(swing voter)’는 선거의 승패를 결정하는 ‘캐스팅보트(casting vote)’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진영논리에 갇힌 꼴통진보나 꼴통보수와는 달리,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후보의 인품과 정책을 지속적으로 분석, 평가함으로써 합리적 선택을 하는 유권자들이다.

내년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스윙보터, 즉 부동층이 늘어나고 있어서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여당의 이재명은 대장동게이트, 야당의 윤석열은 고발사주 의혹을 받고 있으며, 사생활 문제와 가족의 비리 등으로 지도자로서의 품격이 떨어지고 있다. 문화일보 보도(11월 2일)에 따르면 두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똑같이 60%를 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도 50%를 초과할 정도로 역대급이다.

대선의 승패를 가르는 스윙보터는 누구인가? 그들은 이념적으로 볼 때 ‘중도층’이며, 연령별로는 ‘2030세대’가 그 중심에 있다. 중도층과 2030의 표심이 같을수록 더욱 강력한 캐스팅 보트가 된다. 좌우의 극단층은 자기 진영의 후보를 선택한 후에 그 정당성을 합리화하지만, 중도층은 후보의 인품과 정책을 비교분석한 후에 합리적으로 선택한다. 특히 이념에 구속되지 않는 2030세대는 진영의 경계를 넘나들며 언제든지 표심을 바꿀 수 있다. 빈 수레가 요란하듯이 생각 없는 극단층은 목소리가 커서 지지성향이 드러나지만, 침묵하는 부동층의 마음은 투표일까지 안개속이다. 정국을 냉정하게 주시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대통령을 결정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스윙보터들의 표심은 어디에 있는가?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공정’과 ‘실용’, 즉 ‘공정한 과정’과 ‘실용적 결과’에 있다. 정의는 진영논리에 갇힌 ‘선택적 정의’가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정의’다. 이들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이유는 ‘공정과 정의’를 선택적으로 적용함으로써 국민과의 약속을 배신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대장동게이트’이건 ‘고발사주의혹’이건 공정한 수사를 위해서는 특검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살아 있는 권력의 시녀가 된 검찰이나 공수처의 수사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들이 추구하는 ‘실용’은 특정 이념에 구속되지 않고 실질적 이익을 쫓는 정치행태를 말한다. 2030세대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입시비리나 부동산 폭등처럼 자신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이슈들을 제대로 해결할 능력이 있다면 보수 또는 진보라는 정치이념은 중요하지 않다는 실용적 입장이다. 이들은 이미 지난 4·7 재보선의 승리를 통해서 실용적 투표가 갖는 위력을 확인한 바 있다.

내년 대선은 ‘집토끼’보다 ‘산토끼’의 마음을 얻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경쟁구도이다. 때문에 스윙보터들, 즉 ‘2030세대와 중도층에 대한 확장성’ 여부가 선거의 승패를 가르게 될 것이다. 물론 승자는 이들이 추구하는 ‘공정’과 ‘실용’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메시지와 정책을 제시하는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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