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춘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바다를 만났고, 秒針과 秒針 사이에서 삶을 배웠다.
새벽, 나를 깨우는 저 초침소리
나의 죽비다.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내가 살아온 저 시간의 심연.
돌이킬 수 없으므로 돌이킬 수 없는 나를
자꾸 뒤돌아보는 새벽.
아 눈보라처럼
지는 꽃잎처럼
시간이 흩날리며 가고 있다.
김성춘 시인에게 1초와 1초 사이는 바다와 같다. 그만큼 초와 초 사이의 순간에는 삶의 무수한 탄생과 스러짐이 녹아들어가 있는 것이다. 바다가 있다는 말은 깊은 심연이 있다는 말과도 같다. 초와 초 사이의 심연에서 시인은 시간을 ‘뒤돌아’ 보고는, 시간이 ‘눈보라처럼’, ‘지는 꽃잎처럼’ 흩날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 시간의 잔해들을 가시화하는 ‘초침소리’는 시인의 정신을 늘 깨어 있게 만든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