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외로운 시

등록일 2021-10-13 20:01 게재일 2021-10-14 18면
스크랩버튼
김영호

멀리 선 나무가 평화스러워 보여도

 

몸을 만지면 상처투성이이네.

 

바다가 멀리서 태평한 듯 보여도

 

발을 디디면 파도가 그의 상처이네.

 

강물이 조용히 명상에 든 것은

 

굵은 비가 울고 간 후이고

 

갈대가 하얗게 꽃을 흔듦은

 

밤새 찬바람과 싸운 끝이네.

 

자연은 슬픔을 꽃으로 피우네.

 

사람만이 슬퍼서 병이 나네

 

그리고 병이 깊을 때,

 

그의 영혼은 그늘의 새순 같은 詩가 되네.

시인에 의하면 자연은 평화롭지 않다. 상처투성이 나무, 바다의 상처인 파도, 굵은 비의 울음, 찬바람과 싸우는 갈대, 이 모두는 사람들처럼 고통과 슬픔을 안고 산다. 하지만 자연은 병나지 않는다. 슬픔을 꽃으로 승화시키기 때문이다. 사람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병이 난다. 그러나 병이 깊어지면 사람의 영혼은 “그늘의 새순 같은 詩”가 된다는 반전이 일어난다. 시는 병들 수 있는 사람의 특권과 같은 것이다. <문학평론가>

이성혁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