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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등록일 2021-10-06 19:38 게재일 2021-10-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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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자

이 길은

 

시간이 걸린다

 

무심히 걸어야 한다

 

비탈길 마른풀 사이사이에서

 

조금씩 울음을 참다가

 

그래도 사랑하려면

 

유목민의 뼈로 갈아끼워야 한다

 

절대 머무를 수 없게

 

이별의 길은 비탈길이다. 그곳엔 습기가 부족하다. 비가 내리지 않는 곳인지 마른 풀만이 있다. 그래서 멈추어 바라볼 꽃도 없다. 이곳은 이별한 자의 마음 속 공간일 터, 이별한 자의 마음은 이렇듯 황량하다. 이별한 자는 이러한 황량한 길을 ‘무심히’ 걸어가야 한다. 울음도 참아야 한다. 다시 사랑할 수 있기 위해서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어딘가로 계속 움직이는 유목민이 되어야 한다. 어쩌면 시인에게는 사랑 자체가 유목적인 것, 즉 이별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가능한 무엇일지 모르겠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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