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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와 함께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공원’ 만들어야

전준혁기자
등록일 2021-09-29 20:14 게재일 2021-09-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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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피를 멈추고 추모로<br/> 인터뷰로 알아보는 종합장사시설

백번 듣는 것이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뜻의 ‘백문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종합장사시설도 사진이나 영상 혹은 글을 통하는 것보다 직접 방문해 볼 기회가 있다면 꼭 방문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같은 맥락에서 담당자에게 직접 듣는 조언도 소중할 수밖에 없다. 이에 인천가족공원 및 세종은하수공원 담당자와의 인터뷰를 대담형식으로 풀어봤다.

인천가족공원은 인천시설공단 가족공원사업단 강서구 과장(이하 강)이, 세종은하수공원은 세종시설관리공단 은하수공원사업소 이현섭 팀장(이하 이)이 인터뷰에 응했다. 이어 전국 최고의 종합장사시설 마련의 포부를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포항시 담당자와의 일문일답도 준비했다.

글 싣는 순서

1. 장사시설과 장사문화, 우리는 장사를 어떻게 보고 있나

2. 포항시, 종합장사시설 마련 첫걸음

3. 장사시설 선두주자 인천 가족공원

4. 시민의 품 안에 세종 은하수 공원

5. 장사 문화 개선을 위해 포항이 나아가야 할 방향

강서구 과장, 이현섭 팀장
강서구 과장, 이현섭 팀장

인천시설공단 가족공원사업단 강서구 과장 / 세종은하수공원사업소 이현섭 팀장

“공원화 통한 시민 인식 변화·편리한 접근성이 성패 관건”

- 인천가족공원이나 세종은하수공원 모두 종합장사시설로는 선진적이고 모범적인 곳이다. 각 시설만의 장점이 있다면.

강: 도심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인천가족공원의 장점으로 우선 꼽고 싶다. 인천가족공원은 인근에 지하철도 있고 버스도 다니고 해서 교통이 매우 편리하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평일에도 3천명에서 4천명이 오가고, 명절에는 35만명이 방문한다. 아마 인천가족공원이 방문객 규모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을 것이다. 공원 자체가 늘 확장하고 있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일반적인 장사시설이 아니라 공원화해서 시민들이 와서 휴식을 즐길 수 있게 조성하고 있다. 혐오에서 추모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일반적인데, 우리는 추모에다 휴식까지 플러스해서 개념이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또 다른 장점으로 온라인 성묘도 있으며, 종합적으로는 항상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부분이 인천가족공원의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은하수공원의 가장 큰 장점은 장례부터 안장까지 모든 서비스가 한곳에서 제공된다는 점이다. 36만㎡의 부지에 10개 빈소의 장례식장, 초대형 화로 10개를 갖춘 화장장, 2만기 안장 규모의 봉안당, 그리고 공원형 장사시설로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잔디장과 도시형 수목장이 조성돼 있으며, 현재 산림형 수목장과 화초장 및 어린이 테마장지를 추가로 조성 중에 있다. 또한 상조회사 가입 유무에 관계없이 24시간 상주하는 세종시설공단 장례지도사 직원들의 체계적인 종합장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 조성과 관련해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은 없었나. 혹은 그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어떤 것이 있었나.

강: 인천가족공원이 위치한 이곳의 산 자체가 예전부터 일반 사용자들의 묘지였다. 이를 친 자연장으로 개장하며 보상을 적절하게 진행했다. 묘지 자체가 부지도 많이 차지하고 인식도 점점 좋지 않게 바뀌고 있는 상황이라 자연장으로의 개장에 대해 큰 반대는 없었다. 또한 근교에 꽃집을 마련해 우선순위로 이를 운영할 권리를 줬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인천가족공원은 대규모 부지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인천가족공원의 화장시설은 전국 2위정도지만, 안치규모는 전국에서 최고의 규모다. 아직도 조금씩 확장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국최대규모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세종시의 조성과 함께 만들어진 곳이라 큰 반대는 없었다. 다만 설립 이후 주민들과의 긍정적 관계 유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견학프로그램을 운영해 화장을 통한 자연장의 장점을 적극 홍보했을 뿐만 아니라, 시니어클럽 어르신들과 시민 자원 봉사자들이 은하수공원 장례문화홍보관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선진 장례문화 전파에 노력하고 있다. 또한 은하수공원에는 늘해랑이라는 시민공원이 조성돼 있는데 이곳은 평소 시민들의 산책 공간, 어린이들의 생태학습장으로 활용되고 해마다 가을에는 은하수공원 축제를 개최해 1만명 이상의 시민이 가족단위로 방문해 벼룩시장, 사생대회, 걷기대회 및 음악 공연을 즐기기도 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화장 문화와 자연장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알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 포항시가 새롭게 종합장사시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포항에 조언을 한다면.

강: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공원을 만들겠다”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혐오시설이란 인식을 없애고 점차 공원화로 탈바꿈해야 주민들의 인식도 바뀐다. 접근성도 너무나 중요하다. 비용을 포기하더라도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가족공원을 처음 본 시민들은 대부분 잘 조성된 공원의 모습에 깜짝 놀란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기존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데 몇십 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접근성이 떨어져 주민들의 방문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인식 개선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또한 인천가족공원에는 주민지원기금협의체란 것이 있다. 이를 통해 인근 4개 동에 화장시설의 일부 수익금 등을 기부했다. 공원의 개선과 발전도 주민이 있어야 가능하다. 주민의 민원과 비판이 있었고, 이를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지금 인천공원으로서의 발전이 가능했다. 지금은 인천가족공원 자체가 인천의 큰 혜택이 됐고 행운이 됐다.

이: 비록 은하수공원은 시민들의 큰 반대 없이 건립이 추진돼 원활하게 운영돼 왔지만, 장사시설은 무엇보다 인식 개선이 필요한 시설임에는 분명하다. 신규 장사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히고 해당 지역 주민을 위한 혜택을 제시하지만 집단 동의를 얻기란 쉽지 않다.

장사시설이 가족과 이웃에게 꼭 필요한 필수 시설임을 알려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 공생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에 대한 최우선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한상호 복지국장
한상호 복지국장

포항시 한상호 복지국장

“고인엔 존엄·가족엔 위로의 공간으로”

- 종합장사시설 건립을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나.

먼저 포항시추모공원건립위원회 발족 이후 현재까지 9회에 걸쳐 회의를 진행해오면서 다양한 주민지원방안 및 시민홍보방안, 주민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방안, 추모공원 내 문화·예술·관광·교육 및 힐링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세부적인 방안 등을 마련하는데 있어 시의원, 환경단체, 시민대표, 공무원, 장사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들과의 시각 차이를 좁히는 부분이 어려웠다. 또한 시민과 눈높이를 맞추면서 선진장사시설의 잘된 부분을 본받는 동시에 잘못된 부분은 개선하면서 창의적인 공원건립을 위해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좁혀 가는 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추모공원 건립사업은 마치 퍼즐 맞추기나 바둑을 두는 느낌이 든다고 생각된다. 단순한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포항시민의 전반적인 생각과 유치 지역민의 예상되는 요구 사항, 그리고 관련 부서별 행정적 처리절차 및 과정, 추후 예상되는 민원 등을 미리 생각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 일련의 복잡다단한 百年之大計(백년지대계)를 이루는 과정이라고 본다.

-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타 시군과 비교될 수밖에 없을 건데, 이와 관련해 준비하고 있는 포항시만의 특화된 내용은 있는지.

포항시는 타지역 장사시설과 다른 특화된 지리적 환경을 보유하고 있고, 더불어 인프라 역시 잘 돼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사통팔달로 뻗어진 도로 및 철도 환경으로 인해 접근성이 용이하다. 여기에 산과 바다, 들녘으로 이뤄진 지리적 환경성을 최대한 활용하고 좋은 풍수에 추모공원이 자리한다면 더욱 금상첨화라고 생각된다.

특히 포항시는 추모공원건립위원회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시민들이 만족하고 지역주민들에게는 유치에 환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특화된 내용을 준비하고 있다. 추모공원 내 장사시설과 일반공원을 분리하고, 장사시설 내 추모객에게는 고인에 대한 존엄을, 가족에게는 위로가 되는 시설 등의 분위기를 만들 예정이다. 일반공원 내 방문하는 공원에는 명상공원 등 다양한 테마가 있는 공원 및 문화 콘텐츠를 통해 지역민뿐만 아니라 국·내외 많은 관광객이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 향후 계획과 포항시민들에게 한 말씀.

먼저 10월 중 후보지 공모를 시작으로 건립타당성 및 후보지 선정조사 용역을 거칠 계획이다. 이어 오는 2022년 6월 부지선정을 통해 주민지원기금 및 시설관리운영 조례를 제정하고 2025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추모공원 건립은 현재 포항시가 안고 있는 현안 중 무엇보다도 시민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시민 모두 크게 보면 추모공원의 필요성과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만, 근시안적으로 본다면 사사로운 이익으로 큰일을 그르칠 수 있다. 이에 和而不同(화이부동) 철학으로 개인 각자의 생각을 모아 조화롭고 지혜롭게 해 모든 시민의 큰 뜻을 꼭 이룰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 추모는 복지다

글을 마무리하며 추모(追慕)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사전적으로는 죽은 사람을 그리며 생각한다는 의미인데, 우리에게 왜 추모를 할 수 있는 장소는 혐오시설이 됐을까 반문한다. 또한 묘지, 사후세계, 장례, 죽음 등이 왜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을까란 의문도 든다.

몇 년 전 지인의 추천으로 ‘코코’라는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다. 2018년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명작이기도 하다. 멕시코의 시골에 사는 미겔이라는 소년이 사후세계를 방문하며 겪는 일을 풀어내고 있는데, 그 배경이 멕시코 고유의 명절인 망자의 날(Dia de Los Muertos)이다. 사후세계를 묘사한 분위기가 너무나도 밝고 아름답다는 점에 이끌려 망자의 날에 대해 좀 더 알아보니, 맥시코에서 망자의 날은 국가적인 명절이자 축제였다. 이 기간에 사람들은 해골 장식물을 만들고 분장을 하며 퍼레이드를 하거나, 각자의 집에 고인의 사진과 주황색 멕시코 국화 꽃잎으로 제단을 만들어 기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기에는 죽음에 대한 멕시코인들의 인식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멕시코인들은 기억해 주는 자가 이승에 아무도 없게 된 영혼은 결국 소멸한다고 믿었는데, 결론적으로 이들에게 추모는 사후세계에서 영혼이 존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 된다. 추모가 일상에 녹아들어 있는 이유다.

우리가 멕시코처럼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장사시설은 혐오시설이며 장례와 추모는 단순한 개인적인 문제다”라는 비판 때문에, 종합장사시설 마련을 통해 소중했던 고인을 가까운 곳에 모시고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추모는 이제는 복지다. 그것도 몇몇에 국한된 것이 아닌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똑같은 복지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고, “아름다운 장소에서 생을 마감하고 가족으로부터 영원히 기억되고 싶다”라는 욕구는 모두에게 동일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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