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향
잠 속에서도 바다소리를 들었다
눈 감은 동공 안으로 파도가 밀려왔다
돌아누울 때 마다 지구 저 편도 뒤척이고 있었다
가슴속에 바다가 넘실거리고
내 몸은 해초처럼 너풀거렸다
푸른 날개를 들고 헤엄을 쳤다
소금기 절은 갯바람이
흥건히 젖어있는 머리맡에
수평선 하나를 그었다
시인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는 밀려오는 파도를 눈 감은 동공 안으로 받아들이며, 가슴 속에 들여온 바다에서 “푸른 날개를 들고 헤엄을” 친다. 이러한 몽상을 단순히 현실 도피라고만 볼 수는 없다. 시인이 꿈을 꾸는 이유는 현실에 꿈을 틈입시키기 위해서, 즉 현실 세계의 머리맡에 “수평선 하나를” 긋기 위해서, 그리하여 현실을 꿈으로 “흥건히 젖”게 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