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천
벌레가 내 요즘 화두다
나는 원래 죽으면 흙 속에 묻히고 싶었다
남의 살 많이 먹어둔 살덩어리
벌레들에게 다 도로 돌려주고 싶었다
한동안, 몸속의 욕심덩어리, 죄덩어리를
벌레들에게 옮길까 봐 저어했으나 다 핑계거니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아내가 먼저 죽었다
죽기 전에 매장할까, 화장할까
차마 물어보지 못해서 황망 중에 화장을 했다
요즘 그게 걱정이다
나도 아내 따라 살덩어리를 불에 태우자니
벌레들에게 미안하다
내심으로는 벌레들에게 살덩어리 내어주기 싫어서
서둘러 화장했다는 혐의도 없지 않다
(….)
인간중심주의 안에서의 반성은 철저한 반성이 아니다. 삶을 정말 반성하기 위해선 인간의 삶이 아닌 생명 전체의 관점에서 반성해야 한다. 자신의 죽음 이후를 벌레의 생명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박제천의 위의 시는 그러한 반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반성은 아내에 대한 사랑과 겹치면서 심적 갈등을 낳는다. 생태 사상에 기반한 반성과 아내에 대한 드러나지 않은 정이 얽히고 있어서 또 다른 감동을 준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