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尾行

등록일 2021-09-16 18:17 게재일 2021-09-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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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인간의 길은 모두 바다로 가서 빠져 죽는다, 라고 쓴 엽서를 전해주고 우체부가 오후의 오솔길로 사라진다

 

오솔길이 하늘을 향해 기어오른다 아직 어린 구렁이 새끼 한 마리 제 아름다운 몸을 오솔길처럼 구부렸다 폈다 황천행,

 

수련중이다

 

美行이다

오솔길로 사라진 우체부, 그는 어디로 갔을까? 바다로 가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가 전해준 엽서는 우체부 자신의 죽음으로 쓴 것이다. 그리고 그가 걸어간 오솔길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하늘로 상승하는 듯한 오솔길은 ‘황천행’을 ‘수련’하는 것 같이 보인다. 그 모습은 구렁이의 몸과 같은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죽음과 삶이 꼬여 있는 회로를 이해하게 된다면, 역설적으로 죽음으로 가는 길에서 현현하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위의 시는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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